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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번 먹자

정말로, 꼭, 같이 밥 먹자

by 낙서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요즘 개강 후 통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빠 글이 늦었네요.


이번에 나누고 싶은 주제는 ‘밥’입니다.






사실 제 브런치가 별 주제가 없습니다.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용으로 쓸까 하다가 그런 용도의 SNS는 이미 있고. 제 취미를 위한 계정도 이미 존재하지요. (제 취미는 드로잉, 캘리그라피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제 사념들을 담아낼 수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게 이 브런치 계정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일상 속에서 얻어가는 수 많은 문장들을 이 곳에서 굴려보고 싶었어요.


그러니 이번 주제는 심심하고도 아주 뻔한 ‘밥’입니다. 다들 한 번 즈음은 뱉어보고, 또 들어보았을만한



밥 한 번 먹자



흔하디 흔한 인사치레 중 하나지요. ‘밥 먹자’는 약속이 실은 그 속 뜻을 보면 마무리 인사치레라는 것도 우습습니다. 그래서 -밥 먹자-가 아니라



밥 -한 번- 먹자



절대 단언하는 문장을 뱉어내지 않습니다.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밥 한 끼-라는 수고로움을 확언할 수 없지요. 시간을 내어 누군가와 함께 자리를 한다는 것이 나이를 먹을수록 퍽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래요,


우리가 우리를 만나, 하필 이 지구에서 만나, 주어진 인연 내에서 무엇인가 흔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흔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을 사야만 하지요.



시간?



우리는 시간으로서 존재합니다. 우리네 존재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흔적을 남김으로서 증명되지요. 언젠가는 흔적을 더이상 남길 수 없는 때가 옵니다. 그래서 상실은 인간이 지녀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지요. 실은 그래서 우리는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구가 뱉어내는 무수한 흔적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우리는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으로서만 존재하고, 증명됩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있어 우리가 되기 위하여 서사를 쌓아 올려가는 일반적인 방법.


밥을 핑계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적당한 거리의 식당으로 약속을 잡고, 옅은 미소로 서로를 마주합니다. 휴지를 두 장 뽑아 수저를 가지런히 놓고. 물을 두 컵 떠오고. 서로의 시간을 맞이할 일련의 예의를 차려봅니다. -그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각자가 몰고 온 시간 맞이하고요. 차려진 식사는 실은 서로의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올리는, 그래요, 그 의식을 올리기 위한 재료.






무슨 식사를 좋아하시나요?



밥 한 끼에는 그 사람의 일상이 묻어 나옵니다. 아, 저는 슴슴한 나물 밥상을 좋아해요. 향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간을 낮추고 나물 고유의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재미로 식사를 합니다. 그래서 커피보다는 차를 더 좋아하지요. 저는 간을 얕게 친 사람입니다. 아마도 제 취향은 일상과 비례할지도 모르지요.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물 한 잔에 일렁이는 이야기들은 좋아합니다. 언제든 편히 불러 주세요.


그러니까



우리 밥 한 번 먹어요, 꼭, 꼭이요



이천이십오년 삼월 십육일, 스물다섯의 다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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