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소리의 체계가 없는 곳이지만요
체계 없는 페이지에 일련의 틀을 만들어 봅시다.
이 곳은 제가 목격한 것들을 담아내는 그릇이니
월마다 발행하는 매거진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일상이 너무 바빠 부쩍 손가락이 게을러졌습니다,
나태해진 손가락들을 다시 깨워 일으켜 볼까요.
공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겠지만은, 다만 소음 없는 글들을 몰고 오겠습니다.
몸도 예민하고, 감각도 예민합니다.
보통의 수준보다 다섯배는 더 예민하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사람도 소음도 그 무엇도 없는 곳으로, 그 곳으로 가자. 규칙 없이 휘갈겨 있는 초록잎들이 삐죽거리는 곳으로 가자. 아무 시선 없는 곳으로 가자. 목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것이 인간의 시선이란다, 그것이 없는 곳으로 가자. 눈을 마주한다고 그리 괴롭지 않은 곳으로 가자. 따뜻하게 반짝이는 시선이 있는 곳으로, 그래. 그곳으로. 그곳으로 가자, 그곳으로.
제가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동네 어느 무인카페. 가격이 저렴하고 사장님 눈치 없이 머무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늘은 사장님과 사장님 가족 분들께서 찾아오신 날이라 제법 시끄럽습니다. 노트북의 타자소리에도 괜히 신경질이 나는 것을 보니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봅니다. 차라리 환풍기가 시끄럽게 웅 웅 거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리가 경쾌해질수록 제 감각의 체계가 더 뒤엉키고, 그냥 저 문 밖으로 도망가고 싶습니다. 도망가고 싶습니다. 도망가고
싶습니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보편적인 사회적 흐름에 맞춰 흘러갈 수 있을까요?
- 이십오년 사월 이십오일, 스물다섯의 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