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by Hee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기보다 대화의 장에 가깝다.

그리고 이젠 더 나아가 공부하는 공간이 된 듯하다.

오늘 친구 따라 수지에 있는 한 개인 카페에 들어갔는데 넓은 내부에 테이블마다 한 명씩 앉아선

태블릿이나 노트북 하나씩을 올려두고 자신들의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음료는 하나의 소품처럼 테이블 맨 앞에 놓여있다.

그 테이블들을 지나다닐 때마다 보이는 그 음료컵은 마치 “이 사람은 이 자리에 앉아서 공부할 자격이 있어요!” 하며 대변하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예전에 카페는 혼자 오기엔 다소 눈치가 보이는 곳이었다.

하하호호 수다를 떨거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카페 내부를 진득하게 차지했다.

그런데 왠지 혼자 고독하게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마치 스스로가 누군가를 몇 시간 동안

기다리는 외로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카공러’라 불리는 이들이 카페를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카페에 1인 좌석들이 늘어났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도록 혹은 집중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 나 역시 더운 집안에서 공부도 안 되고 나태하게 누워있는 시간이 아쉬울 때

모자 하나만 푹 눌러쓰고 주섬주섬 공부할 것 들을 챙기고 카페로 향한다.

사실 음료를 마시려고 카페에 가는 일은 드물다. 일종의 음료값이라는 자릿세를 지불하고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동네 카페는 커피 값이 부담되지도 않으니 그날 마시고 싶은 거 아무거나 시키고

구석진 1인석으로 향한다. 카페 분위기는 너무 소란스럽지만 않으면 공부하기 최적화된 장소다.

그런데 참 웃긴 게 카페가 너무 조용해도 이상하다. 보통 공부하러 오는 곳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 떨려고 자주 오기도 하는데 카페에 공부하는 사람들밖에 없으면

작게 말해도 눈치가 보이고 너무 고요하면 숨죽여 대화하게 된다.


한 카페, 같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가지각색의 대화들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운다.

커피를 픽업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들은 기다렸단 듯이 열기를 띤다. 방금 막 카운터에서 받아온

커피처럼 말이다. 한참 불타오르며 말을 하다가

상대에게 이야기 턴을 넘기고선, 거의 다 식은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인다.

아마 커피는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열이 났던 거겠지.


난 카페가 좋다. 무더운 여름에 가게에 들어서면 배신감 들 정도로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

그리고 은은하게 공중에 배어있는 원두향과 버터쿠키향,

사람들의 친근한 대화 소리 , 자기 할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싶지만

어림도 없는 카페 음악, 평온한 분위기로 가득 찬 이곳에서 난 안락함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 티셔츠에 묻어있는 희미한 커피 향이 이 모든 풍경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줄 때면, 오늘 하루 아무리 힘들었어도 꽤 괜찮았던 날로 기억되는 마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