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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33편 - 고요한 문장 하나가 말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달라지게 한다

by 정성균

고요한 문장이 바꾼 삶의 리듬

한 문장이 지닌 고요한 힘은 때때로 우리의 말을 바꾸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뒤흔든다.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곁에선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사람의 말투와 눈빛, 그리고 침묵 사이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마음의 자락을 읽어내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한다. 문장이란 그런 존재다.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삶을 변화시키는 깊은 힘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도 말이 생각을 앞서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감정보다 말투가 앞섰다. 버릇처럼 내뱉던 말들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마음속 깊은 생각은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애써 누르던 감정은 말끝에 흩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말이 뒤엉킬수록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 사소한 오해도 길게 이어졌고, 공연히 자존심을 내세우다 결국 혼자 후회하는 날들이 많았다. 말이 흔들리는 사람은 쉽게 상처받고, 소중한 인연을 쉽게 놓치곤 했다.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줄도 모르고 그저 말만 강하게 내뱉었던 거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달려가 후회했던 날들이 있었을지 모른다.


글쓰기로 찾은 나 자신

그때였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정리되지 않는 생각과 말들을 적어보면서, 내 안의 생각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일기를 쓰듯, 혼잣말을 하듯, 서툴고 느리게 문장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이 표현이 맞는 걸까?', '이 말이 혹시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내가 쓰는 말이 내 안에 어떤 판단을 품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문장은 그렇게 고요했다. 그 조용한 리듬이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단정한 문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정돈해야 했다. 당신 안에도 혹시, 자신을 갉아먹는 말이, 혹은 해치는 문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나를 해치던 말들과 문장들을 알게 되었다.


언어를 다듬는 과정에서 발견한 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장에 머무는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문장을 통해 감정을 꺼내놓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 단어가 품고 있는 온도와 방향까지도 살피게 되었다.


그 과정은 마치 오래된 지도에서 길을 찾는 일과도 비슷했다. 어떤 단어는 나를 감정의 뒤안길로 데려가고, 어떤 문장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삶의 틈새를 비추었다. 더 이상 단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도구이자, 타인과의 거리를 조율하는 섬세한 언어의 감각이었다.


이처럼 단어 하나를 택하기 위해 오래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내가 바라보는 세계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장이 깊어질수록, 내 감정도 조금씩 투명해졌다.


문장을 다듬자, 말이 달라지고 삶의 리듬이 정돈되었다. 말은 더 이상 즉흥이 아니었다. 문장이 삶의 템포를 이끌기 시작했다. 굳이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지 않게 되었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은 참는 법을 배웠다. 타인을 향한 날 선 단어 대신, 나 자신을 다듬는 문장이 먼저 떠올랐다. 말을 조심한다는 것. 그건 그만큼 삶을 조율한다는 뜻이었다.


말이 부드러워지자 판단도 덜 흔들렸다. 감정은 순간이고, 판단은 방향이다. 그 둘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선택 앞에서 더 오래 고민하고, 더 천천히 결정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망설이다가 넘겨버렸던 일들도 이제는 다시 꺼내어 보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내가 직접 쓴 문장 한 줄을 다시금 떠올린다. 이처럼 당신의 삶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준이 되어줄 단단한 문장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 문장이 나의 판단 기준이 되어주었다.


문장이 바꾼 삶의 리듬

문장이 고요해지자, 몸도 따라 달라졌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어깨는 조금씩 풀렸고, 급하게 흘러가던 일상의 속도도 서서히 느려졌다. 말이 부드러워지자 걸음도 부드러워졌고, 판단이 신중해지자 일상의 무늬도 섬세해졌다. 문장 하나를 고르고 다듬는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마음만이 아니라 몸의 감각마저 다시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말과 생각, 감정과 신체는 따로 흐르지 않았다. 결국 삶은, 내가 쓰는 문장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거친 파도가 일렁이던 바다가 잔잔해지는 것처럼, 격렬했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점차 가라앉았다. 단정한 문장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내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해야 했다. 어떤 말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는지, 어떤 문장들이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선, 나 자신을 정화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이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돈하는 문장의 힘

문장으로 삶의 리듬을 되찾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의 선택과 행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무엇이 진정으로 나에게 중요한지,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 고요한 문장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 것이다. 가치의 리듬은 소비의 방식에도 스며든다. 이러한 질문은 놀랍게도 나의 '돈'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돈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돈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감정에 휩쓸려 소비했고, 충동적인 선택을 일삼았다. 지금은 물건보다 시간이 아깝고, 관계보다 숫자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다. 돈을 쓰기 전, 이 지출이 어떤 감정의 결과인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돈은 흐르는 물과 같다.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추지 못하면, 돈도 함께 흘러나가 버린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돈 자체보다 '리듬'을 먼저 보게 되었다. 언제 멈춰야 할지, 언제 다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돈과 관련된 문제도 결국 자기 언어를 다듬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못 한다", "나중에 벌면 되지", "이 정도는 사치해도 괜찮아" 같은 말들이 무의식 중에 내 돈을 통제하고 있었다. 마치 통제 불능의 말이 관계를 어지럽혔던 것처럼, 통제 불능의 돈에 대한 언어는 내 재정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감정적인 소비, 충동적인 지름,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후회.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돈에 대한 잘못된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게 붙어 있던 돈에 대한 허황된 말들을 하나씩 떼어냈다. "이 지출이 정말 필요한가?", "이 물건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지금의 만족을 위해 미래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글로 적어 내려가면서 돈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단순히 가격표를 보는 것을 넘어 그 물건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할지 고민한다.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았고, 무의미한 소비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돈이 우선순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돈이 아닌 마음이 먼저 움직이도록 애쓴다.


버는 법보다 멈추는 법을 문장이 가르쳐주었다. 돈은 말처럼, 흐름과 멈춤의 리듬을 가진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새는 돈이 많으면 결국 가난할 수밖에 없다. 수입이 적어도 새는 돈을 막으면, 그 안에서 안정과 풍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물이 흐르는 방식처럼, 돈에도 일정한 리듬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언제 멈춰야 할지, 언제 다시 흘려보내야 할지 그 흐름을 읽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당신 역시, 삶은 수입이 아니라 방향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지 않은가. 이 깨달음은 나에게 물질적 풍요 이상의 정신적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고요한 문장이 남긴 삶의 지문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고요한 문장 하나였다.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나 자신이 끝까지 읽어낸 문장.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내 삶의 틀을 다시 짜준 문장. 그 한 줄이 내 언어를 바꾸고, 말을 하는 방식과 판단의 태도를 바꾸었다.


지금도 어떤 날은 말이 앞선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후회할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노트를 펼쳐 문장을 적는다. 적고 지우고, 다시 적고. 그 조용한 반복이 나를 다시 세운다. 문장 하나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장 하나를 곁에 두면, 나를 바꾸는 일이 덜 외롭다. 말을 다듬는 시간,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 돈을 세지 않게 붙드는 시간. 그 모든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건, 아주 조용한 문장 하나였다. 내가 쓴 문장이 나의 통화였다. 말이 아닌 문장이 기준이 된 뒤로, 돈이 흔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내면에 고요한 문장을 품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문장을 발견하고 다듬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뿐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말과 소음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 사회의 기대, 유행하는 정보들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를 덮친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 내 삶의 고유한 문장을 듣기란 쉽지 않다.


글을 쓰는 과정은 결국 그 소음들을 잠재우고, 나 자신의 내면 깊숙이 침잠하는 과정이었다. 백지에 한 단어를 새겨 넣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과 더 깊이 연결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과도 같았다.


내가 쓰는 문장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되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타인의 말 한마디가 내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써 내려갔던 고요한 문장들을 떠올린다.


어떤 문장은 나를 오래 붙잡는다. 하루가 지난 뒤에도, 한 계절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때로는 우연히 적은 한 줄이, 예기치 않게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기도 했다. 문장 하나는 말보다 느리게 다가오지만, 훨씬 깊게 파고들어 오래 남는다. 그 문장이 내게 묻는 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의 이정표였다. 당신의 삶에도, 어떤 고요한 문장이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 문장들 속에는 나의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문장들이 나에게 묻는다. "이것이 당신의 진정한 선택인가?", "이 길이 당신의 고요한 문장과 일치하는가?"


이런 물음들을 통해 나는 외부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관계에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더욱 진정성 있는 소통을 추구하게 되었다. 일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 일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찾아 몰두하게 되었다. 삶의 크고 작은 문제 앞에서 더 이상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타인의 문장, 그리고 나의 깊이

때로는 타인의 문장이 나를 건드린다. 우연히 읽은 한 시구, 어떤 책 속 한 줄이 오래도록 내 안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그 문장들이 없었다면 지나쳤을 감정들, 외면했을 나의 단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렇게 타인의 문장을 받아들이는 일은, 내 문장을 더 깊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좋은 문장은 늘 침묵 속에서 다가온다. 그 고요한 진동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끈다.


물론,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다. 때로는 충동이 이성을 앞서고, 감정이 말을 지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고요한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그 반복적인 행위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문장은 단순한 기호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궤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리고 그 그릇을 다듬는 과정은 곧 나 자신을 다듬는 과정이다. 내 안에 고요한 문장 하나를 품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혼란 속에서 나를 지키고, 스스로의 삶을 조율하며,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아가는 여정의 시작이자 끝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조용한 문장을 따라 살아간다. 말이 앞서던 시간은 지나고, 이제 문장이 나를 이끈다. 그 문장이 조용할수록, 내 삶도 고요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에도, 고요하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문장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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