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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37편 - 조용한 챌린지, 내면을 깨우는 아주 작은 시작

by 정성균

삶의 어딘가에서 미세한 불협화음을 느껴본 적 있는가. 특별한 실패도, 커다란 좌절도 아닌데 하루가 점점 흐릿해지는 감각. 누구나 그런 순간을 지나온다. 바랜 필름처럼 생기가 사라진 나날들, 윤곽조차 모호해지는 일상 속에서,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권태가 조용히 스며든다. 그럴 때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마음을 조용히 뒤덮는다.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멍한 얼굴이 나의 모습 같아 섬뜩해지던 순간, 혹은 주말에도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던 순간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한 답답함에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그때,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열망이 있다. 그것을 ‘작은 시도’라 부른다. 세상에 우뚝 서는 거대한 도전 대신, 오직 나를 위한 아주 작은 약속. 화려한 변화나 눈에 띄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의지’라는 고요한 움직임이다. 당신도, 나처럼 그런 마음의 떨림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닌 듯 시작한 결심 하나가 하루를 바꾸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말이다. 이 작은 떨림은 씨앗이 흙 속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듯, 우리 삶 깊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꿈틀거리게 한다.


‘내면의 약속’, 나를 다시 세우는 소박한 의미

챌린지는 본래 영어 'challenge'로, 도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를 조금 다르게 사용한다. 흔히 생각하는 대단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한 달 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기, 매일 일기 쓰기, 하루 30분 걷기처럼 스스로에게 주는 '소박한 과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행위 자체가 나를 다시 세우는 토대가 되며, 그 안에 깃든 의지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고요한 결심. 성공이나 실패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나의 성장과 회복에 집중하는 것.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내면의 약속의 본질이다.


이 소박한 약속들은 우리에게 어떤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엄청난 희생이나 거대한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꾸준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매일 아침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걷는 발걸음, 서툰 글씨로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는 손놀림, 잠들기 전 짧은 명상을 통해 하루를 정리하는 고요한 시간. 이 모든 작고 반복되는 행위들이 모여 우리 삶의 잃어버린 리듬을 되찾아 준다. 내면의 약속은 우리에게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이자,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와 같다. 이는 삶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금 쥐는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잃어버렸던 나침반의 방향을 다시 찾듯,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아주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힘이 된다. 외부의 평가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져, 오직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멈춰버린 삶의 시계, 그리고 나의 작은 시도: 일기 쓰기의 시작

어느 날부터인가, 내 삶이 흐릿해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익숙하게 흘러가고, 아무 감정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멈춰버린 시계처럼,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무엇을 했나?’ 되물을 때면, 늘 같은 대답만이 메아리쳤다. 뚜렷한 사건도, 새로움도, 가슴을 울리는 장면도 없는 건조한 하루가 반복됐다. 어느새 나는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에 분노했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했는지, 감각의 촉수가 무뎌져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된 듯했다.


문득, 내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 깨달음은 어둡고 무거웠다. 깊은 물속에 잠겨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나를 움직였다. 이 무감각의 늪에 빠져 있을 수 없다는 내면의 외침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점을 찾았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다섯 문장씩 일기를 쓰는 일이었다. 큰 목표가 아니었다. 기록할 만큼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그날 느낀 것을 한 줄이라도 붙잡아보는 연습.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하루의 연습과 함께 시작된 여정이었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간절함이 전부였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 삶에 의미를 다시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소박한 시도가 나의 메마른 일상에 한 방울의 물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불편함 속에서 피어난 작은 변화의 파동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억지로 단어를 끼워 맞추는 듯 어색했고, 글로 표현되는 감정들이 내 마음의 거칠어진 결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했다. 때로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때로는 쓸 말이 없다는 핑계로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잠들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기를 쓰는 시간은 오히려 불안한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 같았다. 얼마나 무심하게 하루를 흘려보냈는지, 어떤 감정에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는지, 그 모든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마음 깊숙이 박혀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하나둘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숨기고 싶었던 불안, 불쾌함, 알 수 없는 슬픔들이 활자라는 형태로 눈앞에 펼쳐질 때면, 때로는 펜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힘겨웠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파문 하나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고요한 수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생기는 잔물결 같았다. 처음에는 미미했지만, 점차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글을 쓰는 동안, 그날 하루를 되짚어보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사소한 감정이라도 이름을 붙여주고 활자화하는 과정은 신기하게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 내가 오늘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이런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거나 슬퍼했구나.’ 일기장 속에서 나는 자신과 마주했다. 그 마주함은 때로는 어색했고 불편했지만, 점차 익숙하고 편안해져 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선명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감정, 생각, 욕구들이 희미하게나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나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그 불씨는 캄캄했던 내면에 작은 빛을 비춰주었고,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내재적 동기, 내면의 자율성을 깨우는 힘

심리학에서는 어떤 활동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 즐거움, 흥미, 성취감,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 욕구에 의해 유발되는 동기를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 설명한다. 이는 외부의 보상이나 압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오직 행위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 때문에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아이가 스스로 신발 끈을 묶을 때 느끼는 소박한 성취감처럼, 외부의 시선이나 강요가 아닌, 오직 내 안에서 샘솟는 이유로 시작된 행동은 놀라운 지속성을 갖게 된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이유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만의 리추얼은 ‘내재적 동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율성’을 깨우는 방식이다.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빛을 내는 것과 같다.


일기를 쓰는 매일 밤의 작은 시도는 나에게 내재적 동기를 선사했다.
글을 쓰는 시간이 점차, 나를 돌보고 이해하는 사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아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삶의 흐릿했던 경계선들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가 쌓이고 쌓여, 내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이 소박한 습관은 나에게 자존감을 선물했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넨 약속을 지켰을 때 오는 뿌듯함은 그 어떤 외부의 칭찬보다 값진 것이었다. 밤마다 쓰는 다섯 문장의 일기는 내 삶의 좌표를 다시 설정하고, 나를 둘러싼 안개를 걷어내는 등대가 되어주었다. 이제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조용한 실천이 있기를

나는 당신에게도 그런 조용한 실천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작하는 소박한 약속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도 그 한 가지는 지켰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그 소박한 성취감은 당신의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 안을 것이다. 소박한 약속을 지켜낸 당신의 내면은 미세하게나마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 단단함은 삶의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소박한 성공 경험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때로는 그런 작은 시도가 내면의 묵은 감정을 흔들고, 생각의 흐름을 바꾸며, 삶의 방향을 아주 조금, 그러나 확실히 틀어놓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나침반의 바늘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결국 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듯 말이다. 이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당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당신의 의지가 당신의 삶을 재편할 수 있음을 믿어라. 소박한 습관이 쌓여 인격이 되고, 인격이 쌓여 운명이 되는 것처럼, 이 작고 반복되는 행위들이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조용하고 사소할수록 깊은 울림의 비밀

당신이 시작하려는 나만의 리추얼이 조용하고 사소한 것일수록 좋다. 그만큼 그 울림은 깊고 오래갈 것이다. 한 문장 쓰기, 다섯 분 멈춰 숨 고르기, 한 잔의 물을 천천히 마시는 일조차 스스로를 돌보는 귀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했던 아주 작은 행동들이 사실은 당신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언제나 가장 소박한 곳에서 시작되곤 한다. 너무 크고 무게 있는 목표는 시작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소박한 내면의 약속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작은 시도들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준다. 크고 특별하지 않아도, 일상 속 작고 조용한 순간들 안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치가 스며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든다. 작은 씨앗이 거목이 되듯, 아주 사소한 고요한 결심이 당신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 변화는 외부로 드러나기보다 당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수면 전체에 파동을 일으키듯, 당신의 소박한 하루의 연습은 삶의 모든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뿌리 깊은 나무가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듯, 당신의 내면을 굳건하게 지탱해 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지금 마음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작은 시도가 있다면, 오늘 안에 작게라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은 이미 당신의 내면을 흔들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 조용한 떨림은 외부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이 아닌, 당신 안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생명의 신호다.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과 성장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먼저 감지된다. 그 떨림이 당신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나도 조용히, 함께 지켜보고 싶다. 당신의 조용한 움직임이 삶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기를 바란다.


“Small steps add up to complete big journeys.” — 마트쇼나 들리와요 (Matshona Dhliwayo)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위대한 여정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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