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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기애와 나르시시즘, 그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

by 정성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이제 흔히 듣는 시대의 조언이 되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스스로를 아끼고 귀히 여겨야만 삶의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오래된 지혜가 담겨 있다. 나 또한 이 두 길 사이에서 여러 번 흔들린 적이 있다. 같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단단한 내면의 기둥을 세우는 힘이 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주변의 시선에 매달리는 자기 집착으로 변질되곤 한다. 겉모습만 보면 한 뿌리에서 나온 것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길을 가리킨다. 이 글은 그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짚어내고, 우리가 걷고 있는 자기 사랑의 길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자기 존중은 내면의 평화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자기 존중은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려는 욕구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용히 안고 받아들이는 데서 싹트는 평화에 가깝다. 자신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잔잔한 빛을 머금은 호수와도 같다.

내가 아는 지민 씨는 그런 태도를 보여주었다. 직장 생활 첫해, 중요한 보고서에서 여러 번 실수를 했다. 잘못된 수치로 회의실 공기가 잠시 얼어붙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지만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


“처음이니까 부족할 수 있죠. 이번에 배웠으니 다음엔 더 나아질 거예요.”


그 말은 변명이 아니라 자신을 다독이는 다짐이었다.

그의 다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선배들의 문서를 살펴보고, 실수의 패턴을 기록하며, 개선점을 메모했다. 시간이 흐르자 그의 보고서는 점점 명료해졌다.


동료들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다. 승진 이야기가 오가면 공기는 묘하게 바뀌었고, 어떤 이는 술잔에 의지해 초조함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지민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남이 앞서가도 “나는 내 속도로 가고 있으니 괜찮아”라며 묵묵히 걸었다. 그는 작은 성취에도 기뻐했고, 그 기쁨은 다음 발걸음을 이끄는 힘이 되었다.


주말이면 근교로 산책을 나가거나 카페 한구석에 앉아 책을 읽었다. 찻잔 위로 오르는 김, 창밖의 발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그 순간 속에서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과시는 없었지만 평화는 있었다. 그 평화는 관계에도 번졌다. 곁의 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손을 내밀었고, 타인의 성취에도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곧 타인에 대한 배려로 이어진 것이다.


나 역시 묻는다. 나는 내 부족함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숨기려 하는가, 아니면 받아들이며 더 나은 길을 찾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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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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