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편 - 흐름 속에서 균형을 배운다
어느 순간, 삶을 바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밀려오고, 예고 없이 거세지며, 고요함 뒤에도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 있는 존재. 잔잔한 날에도 마음은 불안했고, 거친 물살 앞에서는 자주 움츠러들었다. 파도는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시험했다. 과거에는 그 파도들을 피하기 급급했다.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조심스레 뒷걸음치며 해변에만 머물렀다.
한때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꼬박 일주일을 책상 앞에서 보냈다.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서퍼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커피는 식었고, 창밖의 햇살은 쏟아졌지만, 그저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속은 답답했으며, 사람들과의 대화도 줄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불안은 막연히 기다린다고 사라질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바다를 보며 서핑을 상상만 해서는 결코 파도를 탈 수 없듯이, 삶의 중요한 순간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다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고, 불안은 점점 증폭되었다. 그 시절 당신은 어떤 파도 앞에서 망설였는가? 취업, 이직, 창업, 새로운 관계의 시작, 혹은 기존 관계의 정리, 이사, 중요한 시험 등 우리는 삶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럴 때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라는 망설임이 우리를 멈춰 세우곤 한다. 그러나 관망과 경험의 차이는 엄청나다. 직접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봐야만 그 파도의 힘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듯이, 삶의 두려움도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야만 비로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러섬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파도 속으로 진입하는 연습이었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파도를 만난다. 잔잔한 물결 같은 일상의 소소한 변화부터, 거대한 쓰나미처럼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위기까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 앞에서 움츠러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한다. 마치 서핑 초보자가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듯 말이다. 하지만 회피한다고 파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은 점점 커져 우리를 옥죄어 올 뿐이다. 파도를 피할수록 더 큰 파도가 덮쳐올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
바다에서 서핑을 배우듯, 삶의 파도를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직시하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무모한 돌진이 아니다. 대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우겠다는 겸손한 태도를 의미한다. 서퍼가 파도의 힘을 존중하며 그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듯, 우리도 삶의 어려움을 인정하며 그것을 헤쳐나갈 힘을 길러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파도를 타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시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서핑을 배우는 행위는 스포츠 습득을 삶의 중요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처음 보드를 잡고 바다에 들어설 때, 누구나 다리를 떨며 출렁이는 수면을 바라본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처럼 막막하고 두렵다. 파도가 덮치면 어김없이 넘어지고, 몸은 금세 젖으며, 짠 바닷물은 입 안으로 들어와 당혹감을 안긴다. 입술을 깨물며 주춤거렸지만, 경험이 반복될수록 다음 파도 앞에서는 덜 당황하게 된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다음 시도를 위한 학습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균형을 잡는 법도 익히고, 힘을 빼야 물에 뜬다는 것도 점차 알게 된다. 처음에는 모든 힘을 주어 보드를 붙잡으려 하지만, 오히려 힘을 뺄 때 물의 부력과 파도의 흐름을 이용해 더 쉽게 떠오르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신뢰하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몸과 마음을 얼마나 믿고 맡길 수 있는지에 따라 파도 위에서의 안정감이 결정되는 것처럼, 삶에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내면의 균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은 삶의 중요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좌절은 단순한 고통스러운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넘어져 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실패해 본 사람만이 성공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핑을 통해 익히는 균형감각은 신체적인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준다.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서 수많은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다. 이 내면의 힘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삶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파도 앞에 선다. 누군가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지, 누군가는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관에 변화를 주어야 할지, 누군가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야 할지 고민하며 바다 앞에 서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사소한 결정 하나조차 불안해 망설인다. 그럴 때마다 ‘지금은 아닐 거야’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붙잡아두곤 한다. 완벽한 파도를 기다리며 해변에서 발만 담그고 있는 서퍼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다는, 늘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사라지며, 망설이다 보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다. 지나간 파도를 다시 탈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 또한 능동적이어야 한다. 다음 파도를 읽고, 그 파도에 맞춰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삶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어제와 동일한 파도는 단 하나도 없으며,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파도를 마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평생 파도를 탈 수 없을 수도 있다. 모든 날씨 조건과 파도의 높이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만을 기다리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파도가 예상보다 약할 수도 있고, 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파도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세를 조절하는 유연성이다.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파도를 기다리며 에너지를 비축하고, 파도의 흐름을 읽는 지혜도 필요하다. 서퍼가 거대한 파도를 무작정 타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과 경험에 맞는 파도를 선택하듯이, 우리도 삶의 도전 앞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적극적인 준비여야 한다. 혹시 지금도,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될 것 같은데 머뭇거리고 있는가? 어쩌면 지금이 바로 보드를 들고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망설임은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한 번쯤은 넘어져야 한다. 넘어져 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서핑을 배웠다고 할 수 없다. 넘어졌다는 것은, 시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올바른 자세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중심을 잃고 흔들렸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서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은, 굳건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에서 길러진다. 몸으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는 법과 물의 저항을 이용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해낼 수 있을까’를 묻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 과정에서 배워갈 수 있을까’다. 배워간다면, 두려움은 감소한다. 서툰 오늘조차도, 어쩌면 내일의 감각을 길러주는 소중한 훈련일 수 있다.
숨이 가빴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몇 번이나 물을 마시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빴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다시, 보드를 들었다. 젖은 몸을 떨며 다시 보드를 잡았다. 실패는 우리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교훈을 선사한다. 서핑을 배우면서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우리는 물에 뜨는 법, 균형을 잡는 법, 그리고 파도를 읽는 법을 몸으로 익힌다. 이처럼 삶에서도 우리는 실패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다. 실패는 종착점이 아니라, 성공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넘어지고 나서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처음에는 무작정 힘으로 파도와 맞서려 했지만, 실패를 통해 파도의 힘을 이용하고 균형을 잡는 섬세한 기술이 더 중요함을 깨닫는 것과 같다. 이는 단순히 다시 일어서는 것을 넘어,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다음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 힘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 능력은 굳건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반복된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역경 속에서 더욱 강인해지는 법을 배운다.
파도를 회피하지 말고, 마주하는 연습을 하자. 우리 삶은 바다처럼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다가온다. 마치 파도가 예고 없이 밀려오듯, 삶의 변화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파도를 타려면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한다. 젖는 것을 두려워 말고,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보자. 조금씩 감각을 익히다 보면, 언젠가 파도와 함께 흐르는 날이 올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와의 리듬을 느끼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두려워했던 것은 파도 자체가 아니라, 변화 그 자체였다는 것을.
익숙함에 안주했던 경험, 우리 모두에게 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 자리가 안전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였다는 것을 안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우리를 붙잡았다.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파도 자체가 아니었을 수 있다. 오히려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을 것이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이 변화를 거부하고 고립되려 할수록,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성장할 기회는 소멸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마치 거대한 파도를 피하려다 오히려 파도에 갇히는 것과 같다.
파도를 타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변화의 흐름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옷이 젖을까 두려워 말고, 넘어져 상처 입을까 망설이지 말자. 그 모든 경험이 결국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현명하게 만들 것이다. 물에 젖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고, 넘어지는 것은 더 잘 배우기 위한 필수적인 경험이다. 서툰 오늘이 능숙한 내일을 만들고, 작은 시도들이 쌓여 큰 성취를 이룬다. 한 번의 성공보다는 수많은 시도와 작은 성취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생의 파도는 앞으로도 계속 밀려올 것이다. 기회와 위기, 행복과 슬픔, 성공과 실패의 파도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해변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에 발이 묶인 채 멀리서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다. 파도를 두려워 말고, 그 파도 위에서 춤추는 방법을 익히며 삶의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파도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서 있는 지금 이 자리, 그곳이 다음 파도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지금 당신 앞에 다가오고 있는 그 파도를 어떻게 마주하고 싶은가? 용기를 내어 뛰어들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