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옷장에서 시작된다. 손끝에서 시작된 직물의 감촉 하나가 오늘의 기운을 정한다. 잘 다려진 셔츠에 팔을 꿰는 순간, 흐트러졌던 마음마저 꼿꼿해지고, 오래된 티셔츠를 입는 날에는 발걸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옷은 그저 몸을 감싸는 직물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를 여는 첫 문장이자, 내가 세상과 어떤 태도로 만나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무언의 신호다.
현관 앞 거울은 늘 정직하게 묻는다. 오늘의 차림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금 이 모습은 나를 닮았는가, 아니면 여전히 낯선 얼굴인가. 그 짧은 응시의 순간이 하루의 호흡을 바꾼다.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트렌치코트 깃을 여민 이의 단호한 발걸음에는 결심이 묻어나고, 낡은 니트를 걸친 어깨에서는 온기가 전해진다. 닳아빠진 운동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호흡을 담아내고, 반짝이는 새 구두는 기분 좋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같은 길 위에서도 사람마다 감도는 공기가 다른 이유, 그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옷차림이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올랜도(Orlando, 1928)』에서 이렇게 썼다.
“옷은 우리를 덮는 기능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세상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Vain trifles as they seem, clothes have, they say, more important offices than to merely keep us warm. They change our view of the world and the world's view of us.)
울프의 말처럼, 옷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나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재는 무언의 척도가 된다. 하나의 차림이 세상과 나 사이의 간격을 정하고, 그 간격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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