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는 외로운 나그네다. 우리는 '자아'라는 이름을 지닌 채, 아직 채워지지 않은 거대한 삶의 대지 위로 위태로운 발을 내딛는다. 빗속의 아침, 낯선 거리 모퉁이에 서 있던 장면이 스친다. 손에 지도 한 장은 있었지만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스쳐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는 마음의 갈피를 더 흔들었다. 그때 ‘이 길이 맞을까’라는 주저함보다 ‘걷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 발을 앞으로 내밀게 했다. 이 불확실한 여정에서,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서성이는 우리를 붙잡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신념의 기준과, 먼 지평선 너머를 향해 가리키는 꿈이라는 낡은 지도가 아닐까.
이 글은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길을 내며 낯선 풍경과 마주하는, 홀로이기에 오히려 빛나는 여정의 기록이다. 우리는 어떻게 자기만의 보폭과 속도를 찾아내고, 땀과 눈물로 얼룩진 지도를 수없이 다시 그리고, 마침내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의 흔적을 새기려 한다. 이 여정은 특정 지점에 깃발을 꽂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걷는 과정 자체를 통해, '나'라는 존재의 복잡한 지형도를 완성해 가는 지난하고도 위대한 과정이다.
내면의 신념은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보물이 아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빛과 그늘 속에서, 수많은 관계와 사건들을 몸소 겪으며 서서히 다듬어지고 조율된다. 어린 날,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어머니는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돼’라는 말 대신 ‘아프지? 그래도 잘 걸었어’라며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넘어짐조차 배움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가족은 사랑과 신뢰라는 이름의 튼튼한 신발을 신겨주었고, 스승은 오래된 책갈피 사이에 지혜의 등불을 숨겨두었다.
스쳐 간 인연들, 쓰라린 실패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꼈던 순간의 절망, 시대라는 이름의 거센 바람은 끊임없이 우리의 믿음을 흔들며 그 단단함을 시험한다. 어떤 시련은 걸음을 더욱 다지고, 어떤 뜻밖의 굽잇길은 우리로 하여금 지도를 접고 길을 완전히 다시 짜게 만든다. 정직, 성실, 존중 같은 가치들은 이 풍파 속에서 깎이고 다듬어져, 마침내 불안정한 몸을 떠받치는 고요한 척추가 된다. 신념은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를 드러내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적 물음에 대한, 우리의 삶 전체로 써 내려가는 응답이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우리가 끝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이 내면의 목소리뿐이다. 그 목소리가 이끄는 방향이야말로, 우리 존재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