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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보다 빛나는 건 손 안의 돌멩이다

나만의 재능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by 정성균

잊힌 보물의 기억


어린 시절, 강가에서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못생긴 돌멩이 하나를 주운 적이 있다. 특별히 반짝이지도, 모양이 예쁘지도 않은, 그저 투박하고 희미한 무늬가 새겨진 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돌의 서늘한 감촉과 손에 꼭 들어오는 무게감이 좋았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이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쓸모없는 돌멩이에 불과했겠지만, 그 돌은 어린 나의 세계를 채우는 비밀스러운 보물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나는 그 돌멩이를 잊게 된 시점을 되짚어본다. 어떤 계기로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동경하게 되었는지, 또 무슨 이유로 내 손 안의 투박한 돌의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는지. 이 글은 그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당신도 어디엔가 소중히 간직했던 자신만의 돌이 있었을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그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보길 바란다.


특별함을 잃어버린 현대인


언제 마지막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꼈는가.


잠시 숨을 고르게 되는 질문이다. 사회가 규정한 성공의 궤도,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그리고 내면의 불안감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고유한 빛은 희미해진다. 우리는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태어났음에도, 타인의 빛나는 보석을 동경하다 자신의 손에 쥔 투박한 돌의 가치를 잊어버린다.


재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예술적 기교나 학문적 성취, 운동선수의 탁월한 신체적 역량을 떠올린다. 플라톤이 불변하는 완전한 세계인 이데아를 말했듯, 우리 역시 재능을 소수에게만 허락된 완벽한 이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동양 철학에서는 인간이 저마다 고유한 천부적 성품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보았지만, 현대 사회는 그 다채로운 성품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고 서열화한다.


하지만 재능의 본질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세계와 만나는 고유한 방식이며, 삶의 모든 순간에 새겨지는 존재의 지문과 같다. 내 손 안의 그 돌멩이에 새겨진 희미한 무늬가 세상과 내가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었던 것처럼.


침묵 속에서 발견하는 내면의 목소리


그 지문을 발견하려면 먼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라고 강요한다. 수많은 정보와 자극의 홍수 속에서 정작 자기 내면의 목소리는 파묻히고 만다. 외부의 소리를 잠시 낮추고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오는 희미한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손 안의 돌을 천천히 굴리며 질감과 서늘한 무게를 온전히 느끼는 일과 닮았다. 손바닥 안에서 느껴지는 매끄럽고도 거친 표면, 그 작은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당신의 하루 중 온전히 자신을 위해 침묵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그 고요 속에서 무엇이 들려오는가?


이러한 여정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늘 조용하지만 모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동료의 존재감에서,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정비공의 통찰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화단의 잡초를 묵묵히 뽑아내는 노인의 손길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재능의 광채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타인과의 경쟁을 지향하는 길이 아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을 향한 깊은 관찰과 이해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고통에서 피어나는 독특한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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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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