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일찍부터 자신의 빛을 발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눈부신 재능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신동(神童)처럼 등장해 사람들의 찬사를 이끌어낸다. 많은 이들이 그 화려한 시작을 바라보며, 성공이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고 믿곤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이따금 다른 풍경을 목격한다. 반짝이는 재능으로 빠르게 앞서갔던 이가 어느 순간 길을 잃고 희미해지는가 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자리에서 묵묵히 걸음을 옮기던 이가 어느덧 거대한 대지처럼 깊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거의 변화 없는 풍경의 연속이지만,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고도를 이룩해 놓는다. 그들은 소란스럽지 않게, 깊은 땅속에서 조용히 샘을 길어 올리듯 자신의 세계를 넓혀간다.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대개 완성된 결과물이다. 하나의 그림, 한 권의 책, 무대 위 연주자의 완벽한 기교에서 우리는 타고난 영감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어떤 경지에 이른 이들의 여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천재성의 번뜩임보다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 세월의 퇴적이 존재한다. 위대한 성취의 역사는 언제나 재능과 수련의 만남을 증언한다. 아무리 비옥한 땅이라도 씨앗을 심고 가꾸지 않으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없듯, 천재성 역시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을 거치지 않으면 만개하지 못한다. 타고난 역량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 그 씨앗을 품고 가꾸는 일은 언제나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그 가꾸는 과정이 바로 ‘매일의 수련’이라는 이름의 시간이다.
우리는 눈부신 시작과 묵묵한 완성, 그 두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차분한 의지는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힘을 소모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것은 자신을 가장 투명하게 마주하는 시간이자, 어제의 나를 딛고 오늘의 나를 일으켜 세우는 조용한 의식에 가깝다. 하루에 한 시간씩 펼치는 독서는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새벽의 책상 위에서 연필 끝으로 한 문장이라도 눌러쓰는 습관은 내면에 흩어진 언어를 단단히 묶어낸다. 작은 불빛 아래 쌓이는 원고지 한 장이, 어느 날에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젖히기도 한다. 이렇듯 소박해 보이는 훈련이 무의식의 영역으로 스며들어, 언젠가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간다.
이러한 과정은 숙련된 장인이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모습과도 같다. 처음에는 거친 원목에 불과하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끌과 대패를 들고 나무를 깎고 다듬는다. 작업실에는 묵직한 나무 향과 땀 냄새가 배어 있고, 그의 손에는 오래된 굳은살이 박여 있다. 때로는 결이 엇갈려 멈추고, 때로는 작은 실수에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끄러운 표면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섬세한 곡선을 만들고, 마침내 하나의 견고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윌 듀란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풀어냈듯, 반복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빚어낸다. ¹ 탁월함이란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새겨진 습관이 드러내는 또 하나의 얼굴일지 모른다. 반복된 행위가 쌓여 형체를 이루고, 그 축적은 마침내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당신은 오늘, 어떤 시간의 조각을 쌓아 올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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