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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려서 만나야 하는 이유

인생의 질을 높이는 선택적 관계의 지혜

by 정성균


글을 열며 - 밤의 공허와 관계의 질문


늦은 밤, 불 꺼진 방의 정적 속에서 차가운 스마트폰 액정을 쓸어본 적 있는가.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감촉 위로 수백 개의 이름이 흘러가지만, 텅 빈 마음에 스며드는 것은 낯선 공허뿐이다. 이렇게 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나는 오늘 누구와 진정 마음을 나누었던가. 화면 속 목록은 길지만, 가슴에 남는 이름은 몇이나 될까.


짐 론은 말했다. “당신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 곧 당신이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정작 가슴으로는 잊고 사는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얼굴과 마주친다. 직장에서는 회의실을 나서며 들은 상사의 격려가 하루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하고, 무심코 던져진 동료의 비난이 애써 쌓은 성과를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와 마주한 식탁에서는 아이가 던진 천진한 질문이 닫혔던 마음을 열어주기도 하고, 가족과 나누는 웃음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한 마디에 웃음이 번지고, 또 한 마디에 하루의 빛이 스러진다.


결국 누구와 시간을 나누느냐가 내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관계를 신중히 가려 맺는 일은 배타적인 태도가 아니라, 흩어지는 마음을 그러모아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그리고 가장 고요한 지혜다. 이제 당신의 마음 지도를 그릴 다섯 갈래의 오솔길을 따라, 관계의 의미를 함께 걸어 들어가 보자.


첫 번째 길: 내 마음의 곳간은 안녕한가

우리의 마음은 마르지 않는 샘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루치 분량만 담아낼 수 있는 작은 곳간과 같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감정 자본(Emotional Capital)’이라 부른다. 인간이 가진 정서적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는 이 개념은, 만남의 질에 따라 충만해지기도 하고 쉽게 소진되기도 한다.


자신의 힘겨움만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떠나는 사람, 다정한 웃음 뒤에 비난을 감춘 사람을 떠올려 보라. 오랜만에 나간 동창회에서 반가움은 잠시, 과시와 험담으로 가득한 대화가 이어질 때, 우리는 금세 지쳐버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무겁게 끌리고 어깨는 한없이 축 처진다. 단 몇 시간의 대화가 하루 전체를 무너뜨린 것이다.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은 모든 인간관계를 부정하는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내면을 소진시키는 관계가 우리에게 남기는 상처를 드러낸 경고다. 짧은 말이 몇 시간이고 마음을 짓누르고, 작은 비난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그렇게 쌓인 날들은 회복력을 갉아먹으며 삶의 빛깔을 잿빛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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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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