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든 향을 깨우는 시간에 대하여
새벽의 숲길은 안개를 머금은 채 고요히 호흡하고 있었다. 축축한 흙내음과 이끼의 시간이 뒤섞인 공기는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고, 침묵은 소리의 부재로 비치지 않았다. 모든 존재가 제자리로 돌아온 충만함이었다. 빛은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며 어둠과 섬세하게 겹쳐졌다. 발아래 흩어진 낙엽은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고, 바람은 그 잔해를 스치며 지나가며 하루의 흐름을 정리하듯 잔잔히 흘렀다.
그 풍경을 마주한 순간, 내 안에서 물음이 일었다.
"오늘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 다가올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정제하고, 세계에 어떤 무늬를 새기게 될까?"
그 질문은 하루의 미립 속에 가라앉아 있던 의미를 드러냈다. 나를 투명한 근원으로 이끄는 목소리였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내면의 가장 깊은 층위로 스며들었다. 그곳은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맑은 자리였고, 동시에 존재의 원형이 미세하게 맥박 치는 장소였다. 외부의 풍경과 내면의 심상이 정확히 포개지는 그 순간, 세계는 나를 비추는 거대한 거울이 된다.
이 물음은 자기 삶을 하나의 예술로 다루는 퍼퓨머리(Perfumery) ¹의 시작과 같았다. 숲의 고요 속에서 드러난 풍경은 자연의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나라는 존재가 어떤 빛과 어떤 그림자를 품고 있는지를 비춰주는 내면의 거울이었다. 어쩌면 하루의 작은 기록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향기가 완성되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모른다.
자신만의 강점을 찾는 여정은 자기 자신과의 가장 은밀하고 깊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그 실마리는 화려한 조명 아래 드러나는 무대가 아니라, 누구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는 일상의 틈새에 고요히 깃들어 있다. 새벽의 숲길, 안개가 머금은 공기 속에서 들려오는 기타 선율은 그 순간을 증명한다. 청년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안개 사이로 스며들며 세상의 소란을 차단했고, 그는 오직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의 파동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몰입 속에서 강점은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가장 순수한 형태로 피어난다. 자신을 증명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랜 시간 다져진 존재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대를 벗어던진 몰입의 상태야말로 한 사람이 지닌 원형의 무늬를 가장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창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은 명확하다. “나는 어떤 활동에 몰두할 때 시간의 흐름을 잊고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가?”
어쩌면 누군가는 삶의 균형이 무너져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의 깊이 스며드는 귀 기울임과 내면을 가르는 사유의 칼날이, 불안한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는 샌달우드(Sandalwood)처럼 따뜻하고 안정적인 기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혹은 무심히 흘려둔 생각의 조각들이 다른 이에게는 복잡한 생각을 깨우는 시트러스(Citrus)처럼 상쾌하고 선명한 영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몰입은 흩어진 향료가 자리를 찾는 순간이다. 그때, 본모습이 드러난다.
그 순간, 멈춰 선 나를 또렷이 보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