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 삶을 지탱하는 12가지 태도

by 정성균

아래로, 뿌리의 시간 속으로


오래된 나무 앞에 서면 생각의 흐름이 깊은 곳으로 향한다. 하늘을 향해 뻗은 줄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에 잠시 머물던 시선은, 이내 땅의 가장 서늘하고 고요한 심장부로 스며든다. 저 거대한 생명이 긴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온 진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대답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자리, 침묵의 세계에 있었다. 묵묵히 대지를 그러쥐며 자신만의 물길을 더듬어 온 뿌리의 시간이 나무의 생명을 이루는 모든 것이었다.


한 사람의 생애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많은 계절이 흐른 뒤에야 희미하게 깨닫는다. 눈에 보이는 성취나 조건들은 존재라는 나무에 피어나는 화려한 꽃과 같아서, 잠시의 기쁨은 될 수 있어도 생의 근간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 사람의 여정을 진정으로 떠받치는 것은 매일의 호흡 속에 스며드는 내면의 방향, 바로 ‘자세’라는 이름의 뿌리였다. 현관을 나서기 전 가다듬는 한 번의 호흡, 하루의 소란 속에서 지켜내려 애쓴 작은 원칙, 잠들기 전 고요히 자신을 다독이는 성찰의 순간들이 모여 생의 지층을 단단하게 다져왔음을 안다.


때로 우리는 존재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초조함에, 더디게 오는 성취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가장 단단한 뿌리가 자라나듯, 의식적으로 쌓아 올린 자세야말로 영혼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 된다. 이 글은 그 보이지 않는 힘, 생이라는 거대한 문장을 완성해 나가는 열두 가지 마음에 관한 내밀한 기록이다.


하나. 실패라는 문장을 해독하는 시선 (성찰)


고요하던 삶의 수면 위로 예고 없이 돌멩이 하나가 던져진다. 믿었던 관계에 새겨진 균열, 정성을 쏟은 계획의 좌초, 기대했던 미래로부터 받은 거절의 답신은 가슴 한편에 서늘한 공간을 남긴다. 실패는 그 자체로 종결된 사건이 아니다. 해석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될 하나의 깊은 문장이다. 헬렌 켈러(Helen Keller)가 자신의 생으로 증명했듯이, “인격은 편안하고 고요한 환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비전은 명확해지며, 야망은 고무되고, 성공은 성취된다.” (Character cannot be developed in ease and quiet. Only through experience of trial and suffering can the soul be strengthened, vision cleared, ambition inspired, and success achieved.)


실패의 경험을 종이에 옮겨 적는 행위는 과거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서사를 다시 쓸 기회를 얻는 첫걸음이다.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마르는 동안 휘몰아치던 감정의 파도는 잦아들고, 흩어졌던 생각의 편린들은 객관적인 형태로 떠 오른다. 시간이 흐른 뒤 그 기록을 다시 펼쳐볼 때, 과거는 더 이상 질책의 목소리가 아닌 가장 정직한 길잡이가 되어 말을 걸어온다. 그 낮은 목소리에, 우리는 얼마나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둘. 세계라는 무한한 서재 (배움)


배움은 네모난 책상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정적인 활동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과의 교감이며, 세계라는 거대한 서재를 거니는 일이다. 낯선 골목에서 만난 행인의 따뜻한 눈빛에서 방향을 읽고, 새벽 시장의 거친 활기에서 생의 의지를 발견하며, 갓 구운 빵의 온기에서 위로의 형태를 배운다. 세상을 스승으로 삼는 겸허한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정신이 낡지 않게 한다. 우연히 마주친 문장 하나가 녹슨 관점을 깨뜨리고, 존경하는 이의 조언 한마디가 생의 항로를 바꾼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고요의 중심을 찾는 법을 익히고, 돌담의 이끼를 보며 시간의 더디고 성실한 힘을 체득한다. 이 모든 것이 살아있는 텍스트이며, 열린 마음만이 그 무한한 페이지를 읽어낼 수 있다.


셋. 지금-여기라는 유일한 영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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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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