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와 관계를 지키는 소박한 태도에 대하여
하루는 종종 자신의 의지가 아닌, 세상의 목소리에 의해 시작된다. 잠결에 손을 뻗어, 손가락이 무심코 화면을 쓸어 넘기는 순간 고요는 깨진다. 밤사이 세상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친구들이 보낸 완벽해 보이는 주말의 풍경, 인공지능이 섬세하게 골라낸 소식과 광고의 파도가 의식의 문을 열고 한꺼번에 밀려든다. 사람은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소음의 파도에 휩쓸려 하루를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음’이란 귀를 어지럽히는 시끄러운 소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개인의 고유한 생각과 감각의 주파수를 교란하고, 내면의 속삭임을 희미하게 만드는 세상의 모든 자극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이러한 현상을 ‘잡담(Gered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잡담은 진정한 이해 없이 떠도는 세상의 평균적인 말들이다. ‘사람들은 그렇게들 말한다’, ‘요즘은 그게 대세다’와 같은 익명의 목소리들이 우리의 사유를 지배한다. 우리는 이 잡담 속에서 타인의 언어로 생각하고,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 착각하며,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에 맞춰 숨 가쁘게 살아간다.
그 끝없는 메아리 속에서 정작 가장 희미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목소리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순간에 기쁨을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에 대한 감각은 무뎌지고, 길 잃은 여행자처럼 불안과 공허함 속을 헤매게 된다. 결국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내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타인이 건네준 대본을 충실히 읽어내는 배우가 되어버린다. 박수를 받지만, 분장이 지워진 텅 빈 분장실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공허함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의 자극 중 가장 강력하고 교묘한 근원지를 꼽으라면 단연 소셜미디어(SNS) 일 것이다. SNS는 수만 개의 거울로 이루어진 눈부신 방과 같다. 그곳에서 개인은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비춰본다. 하지만 그 거울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아름답고 성공적인 순간,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찰나만을 골라 과장하고 왜곡하여 비추는 마법의 거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