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보다 중요한 질문, 그리고 머무름의 힘
해독되지 않는 문자로 가득한 고대 석판처럼, 세상은 늘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그 심연의 의미를 모두 길어 올리려는 듯 쉼 없이 달려든다. 잠 못 드는 밤이면 의식의 심연에서 반짝이는 심상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무늬를 빚으려 한다. 스쳐 지나간 이의 무심한 눈빛 하나를 밤새도록 곱씹으며 그 안에 담겼을지 모를 감정의 기원을 남김없이 추적하려 한다. 앎을 향한 이 끈질긴 열망은 인류를 어둠에서 빛으로 이끈 동력이었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옥죄는 무거운 갑옷이 되기도 한다.
모든 현상을 분석하고 명확한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는 도리어 정신의 평온을 흩트리고, 영혼이 깃들 자리를 소란스럽게 만든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세상의 복잡다단함 앞에서 무력하게 세우고, 결국 지치게 한다. 어째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상태의 고요, 그 투명한 미지 앞에서 이토록 흔들리고 불안해지는 것일까. 그 끝없는 질문의 출발점에 서서, 두 어깨를 짓누르는 이해의 무게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어떤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행위만으로 존재의 이유를 다하고, 어떤 선율은 분석의 언어를 허락하지 않은 채 감정의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진다.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 또한 설명 불가능한 여백을 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던 날, 말없이 다가와 어깨 한쪽을 내어준 이름 모를 이의 온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절망의 끝에서 문득 창틈으로 스며든 햇살 한 줌에서 발견한 계속 살아갈 이유. 거대한 산맥의 실루엣 위로 별들이 쏟아지는 밤의 장엄함. 우리는 그것들을 논리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만, 언제나 한 뼘쯤의 불가해한 영역이 남아 신비의 향기를 풍긴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도 그렇다. 한평생을 함께한 이의 마음조차 전부 헤아릴 수 없듯, 세상 또한 완전히 해독되지 않는 거대한 책과 같다. 그 책의 몇몇 페이지는 영원히 비어 있거나 우리에게 낯선 고대의 언어로 쓰여 있다. 완벽한 앎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그 불가해함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값지다. 고대의 철학자가 밤하늘을 보며 느꼈을 막막한 황홀경, 셰익스피어 비극 속 주인공이 받아들여야 했던 운명의 변덕, 계절의 순환이 보여주는 거스를 수 없는 질서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인정하는 지혜의 첫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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