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몸 · 공간, 일상이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
존재의 첫 조건은 몸이다. 사회가 부여하는 정체성은 나중에 얻는 기호이며, 한 인간의 세계는 피부라는 유한한 경계 안에서 비로소 말을 걸고 침묵한다. 이 육체는 선택의 결과가 아닌, 생각 이전에 주어진 실존의 법칙 그 자체다.
생의 입구에서 출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소멸할 운명의 거처를 떠날 수 없도록 지어졌다. 몸은 찰나의 순간들을 현재라는 시제로 붙잡아두며, 존재가 어디에 뿌리내려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운다. 바로 그 안에서 희열과 비탄은 하나의 실체로 공존하고, 세월의 무게는 겹겹이 쌓인다.
몸의 부재는 삶의 무대가 막을 내리는 일이다. 언어가 그 토대를 잃고 흩어지듯,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설 자리를 상실한다. 삶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살아 숨 쉬며 고동치는 이 구체적인 실체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세련된 이성이 진실을 외면하고 잘 단련된 표정이 감정을 감출 때에도, 육신은 홀로 모든 것을 증언한다. 의식이 알아채지 못한 감정의 균열은 혈관의 미세한 떨림으로, 억눌린 욕망은 꿈속의 이갈이로 그 생존을 알린다. 소화되지 않은 슬픔은 그대로 어깨와 등에 단단한 응어리로 맺힌다. 불안에 잠식된 밤은 수십 번의 뒤척임으로 시간을 조각내고, 내뱉지 못한 말들은 턱관절의 뻑뻑한 마찰음으로 남는다. 몸은 영혼의 가장 민감한 현(絃)이어서, 가장 작은 내면의 흔들림조차 소리와 통증으로 남김없이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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