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권위로부터의 고독한 산책

생각의 주권을 되찾기까지의 여정

by 정성균

살아온 세월의 두께가 말에 무게를 더한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믿었다. 대대로 물려받은 외투처럼, 그 묵직한 언어들은 나의 세계를 감쌌다. 익숙함이 주는 안온한 감각 속에서 안정을 구했으나 어깨는 서서히 굳어갔고, 나는 낡아가는 외투의 솔기를 애써 외면하며 그 안에서 긴 겨울을 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경험이라는 이름의 훈장처럼 내보였고, 그 경험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은 하나의 진리가 되어 나에게 건네졌다. 그 단단한 문장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의 조각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들의 세계에 성실히 동참했다. 그것이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기성의 길 위에서 나의 경로를 찾는 일은 안전했고, 타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나는 오래된 말의 그림자 속을 걷는 고요한 방랑자였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나의 풍경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그 끄덕임의 각도만큼 내 고유한 생각이 기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견고하다 믿었던 관념의 요새가 실은 내 시야를 가두는 울타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쳤다. 수많은 조언의 더미 아래에서 내 목소리는 희미한 속삭임으로 변해갔다. 사회가 약속처럼 여기는 등식은 그렇게 한 사람의 의식을 소리 없이 잠식한다. 그 목소리들은 악의가 없었기에 더욱 깊이 스며들었다. 애정과 염려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말들은 거절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 무게는 하나의 끌림처럼 작용하여, 나의 생각이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이미 정해진 궤도를 맴돌게 했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멈추고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여 보았는가. 그 완전한 고요 속에서 들려온 것이 진정 당신 자신의 목소리였는가. 혹은 오래도록 들어온 타인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희미한 잔향은 아니었는가. 한 사람의 이야기는 바로 그 질문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의식의 빈터를 확보하는 일


우리는 조언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화면을 켤 때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의 인생을 기준으로 삼은 말들이 쏟아진다. 성공한 이들의 간증과 염려로 포장된 가르침들이 세간을 떠돌며, 의식 속으로 스며든다. 삶의 지혜마저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정보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사유의 빈곤을 낳는다. 너무 많은 길이 보이기에 오히려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타인의 성공 사례를 나의 실패 가능성을 재는 척도로 삼으며 불안해한다. ‘더 효율적인 삶’, ‘더 올바른 선택’에 대한 강박은 우리를 끝없이 채찍질하며, 스스로 생각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는 알고리즘마저 새로운 현자가 되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그 완벽한 안내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패로부터 배울 기회는 사라지고, 정답지로 향하는 길만이 유일한 미덕이 된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세상에서, 나의 질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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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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