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여섯 가지 태도

by 정성균

눈꺼풀 위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민다. 창밖은 아직 어둡다. 잠이 채 깨기도 전에, 따뜻한 이불속에서 손이 먼저 움직인다. 익숙한 몸짓으로 허공을 더듬어 차가운 기기를 찾아낸다. 밤사이 세상이 쏟아낸 소식들이 액정 위로 홍수처럼 밀려온다. 간밤에 일어난 사건들, 지구 반대편의 화려한 풍경, 주인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알림들. 하루의 첫 순간은 그렇게 알고리즘이 골라준 다른 이들의 소식에 어쩔 수 없이 빼앗기고 만다. 고요해야 할 나의 새벽은 낯선 소음으로 가득 채워진다.


우리는 너무 많이, 너무 쉽게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은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어 더 효율적으로 살라고 말하지만, 시간의 주인이어야 할 우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은 사람과 이어지는 일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쉴 새 없이 깜박이는 신호들 가운데 나 자신의 목소리는 지워진다. 무엇이 나를 진심으로 기쁘게 하고 내 정서를 편안하게 하는지 돌아볼 틈이 없다. 방향을 잃은 채 흐름에만 이끌려 달려가는 길의 끝에는 보통 텅 빈 감정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현명함은 더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일지 모른다. 세상사를 모두 아는 대신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곁에 두는 힘. 모든 연락에 답하는 대신 자신이 머무는 자리를 조용히 지키는 용기. 새로운 시대의 통찰은 덜어내는 감각에서 싹튼다. 이제는 현실의 빠른 걸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나만의 편안한 보폭을 되찾을 시간이다.


Ⅰ. 세상의 소식을 끄고, 나의 감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연습


눈을 뜨면, 먼저 창으로 향한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핸드폰으로 향하려던 익숙한 손길을 멈춘다. 대신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가 묵직한 커튼을 걷는다. 천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액정의 빛을 등지고 서자 살굿빛 따스함을 머금은 새벽 공기가 실내로 들어와 밤의 무거운 기운을 씻어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이불을 걷어주며 속삭이던 아침의 목소리처럼, 다정한 기운이 나의 하루를 깨우는 의식이다. 아무런 정보도, 판단도 없는 그 몇 분의 찰나가 하루를 시작하는 깨끗한 바탕이 된다. 그 맑은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흩어져 있던 나와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세상의 소식을 끄는 것은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화면을 넘기며 다른 존재의 시간을 구경하지만, 정작 내 심상의 풍경은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혼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외로운 마음에 사로잡혀 액정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하지만 하루쯤 바깥소식을 몰라도 당신의 세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제자리를 찾고, 하루가 원래의 선명한 색을 되찾는다.


하루 십 분, 일부러 비워두는 여백은 생각이 자라는 좋은 땅이 된다. 바쁜 일과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순간, 밥을 먹고 혼자 공원을 걸으며 나뭇잎의 떨림을 바라보는 때. 그 짧은 멈춤의 순간에 우리는 다른 이의 말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생각할 힘을 얻는다. 무엇이 옳고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외부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안의 조용한 목소리로 답을 찾게 된다. 수많은 자극 앞에서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작은 힘이 필요하다.


Ⅱ. 즉각적인 연결의 피로 속에서 관계의 여백을 지키는 법


모든 메시지에 바로 답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커피숍의 창가에 앉았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흰 김 너머로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대화가 느리게 흐른다. 어느 순간 말이 끊기고, 각자의 찻잔을 든 채 창밖을 바라보는 침묵이 찾아온다. 어색한 기색 없이, 편안함이 공간을 채운다. 십 대 시절, 낡은 카세트테이프가 한 면을 다 끝내고 잠시 멈추던 그 짧은 정적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기보다 따뜻한 차 한 모금이 더 깊은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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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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