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얼굴 위에 남긴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떠오른 질문은 아침의 정적을 깨우며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답을 찾으려는 듯 세면대 거울 앞에 섰다. 그곳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과 마주했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몇 개의 선, 눈가에 내려앉은 자잘한 무늬들, 귀밑머리를 하얗게 물들인 서리 같은 흔적들. 그것은 시간이 자신의 영토를 표시하며 남겨둔 깃발과 같았다. 젊음의 팽팽한 지형은 오래전 모습을 감추고, 시간의 물길이 파놓은 골짜기와 능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살아온 날들의 정직한 기록이었다.
특별한 감정이 일렁이지는 않았다. 놀라움이나 서글픔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거울 속의 존재를 말끄러미 바라볼 뿐. 모든 변화는 이렇듯 소란 없이 찾아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듯 보여도, 십 년 전의 사진은 분명 다른 사람을 증명하고 있었다. 얼굴 위에 선명한 시간의 흔적들 앞에서, 처음에 던졌던 질문은 더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더 선명하게 다시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니, 시간의 흐름이 몸의 쇠락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서서히 느꼈다. 오히려 내면이 단단해지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시기였다. 젊었을 땐 남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기 바빴다. 가치를 자꾸만 외부에서 찾으려 애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뒤처지기 싫은 불안감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며 그런 외부의 소음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진정한 평온은 남의 시선이나 화려한 성취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하루의 작은 순간들을 진심으로 느끼고, 때로는 흐트러진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고요함을 지켜내는 데서 비롯되었다. 젊은 날의 치열함과 무수한 시행착오가 쌓여 지금의 삶을 이룬다는 사실을 비로소 긍정하게 된 것이다. 불안과 흔들림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마저도, 돌이켜보면 현재를 더 깊게 만든 단단한 토양이었음을 조용히 알아차렸다.
어느덧 남과 나를 비교하는 습관이 옅어졌다. 사람마다 삶의 무게도, 속도도 다르다는 걸 이해하게 됐기 때문일까. 다른 이의 빛나는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만의 작은 성취와 하루하루의 사소한 행복에 마음을 쓰게 됐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 사랑하는 사람과 눈 맞추며 웃는 순간. 이런 평범한 순간들의 가치가 스며들면서 인생은 오히려 더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모든 강물이 바다를 향해 순순히 흐르는 것은 아니었다. 삶을 하나의 강줄기로 본다면, 젊음은 바위를 깎고 골짜기를 파내며 질주하던 상류의 급류와 같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포효하는 그 물살의 힘을 의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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