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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흐름의 속도에서 벗어나, 나의 리듬으로

- 자기 재조사를 위한 한 걸음 -

by 정성균

석양빛이 높은 빌딩 유리벽에 부딪쳐 날카롭게 흩어지는, 딱 일과를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사무실 환기 장치의 낮고 균일한 음향만이 공간을 채우는 가운데, 무심결에 책상 위 펜을 집어 오늘 받은 업무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 문장마다 타인의 시선이 나를 심사하는 듯 느껴졌다. 이는 내가 자주 결과물이나 주변의 찬사에 마음을 쉽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성취해 낸 공적이나 맡은 자리로 나의 존재 가치가 입증된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 공적을 세상에 드러내는 시간이 지난 뒤 혼자 남겨지면,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 빈터를 응시할 때마다 잃어버린 어떤 소중한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든다. 우리의 사유와 정신 활동이 온통 '세상이 요구하는 잣대'를 맞추는 데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아주 쉽게 본연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 같다.


외부의 기대치를 짊어진다는 것은 의식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깊이 새겨지는 피로였다. 언제나 활짝 웃어야 하는 비즈니스 표정 근육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고, 성공을 향한 강박은 잠든 후에도 어깨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했다. 스스로는 끊임없이 지쳐가면서도, 타인이 나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에만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의 복제품을 유지하는 데 모든 생체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피로야말로 내면의 빈자리가 보내는 가장 명확한 경고 신호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지금 내가 딛고 선 지점이 어디인지, 내 걸음의 실제 속도가 어떠한지 살피는 대신, 그저 공동체가 "이 정도는 질주해야 해!"라고 외치는 페이스에만 내 몸을 억지로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물결에 스스로를 맡기는 데 익숙해질수록, 정말 나를 나답게 빚었던, 가장 고유하고 내밀했던 속삭임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마치 웅성거리는 군중 속에서 조용한 음성이 묻히듯이 말이다.


결국 우리는 외적 규범에 적응하려 힘을 쏟느라, 정작 가장 핵심적인 일, 바로 '자기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가끔은 멈춰 서서, "나는 지금 잘 달리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디에 정박해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가장 명확히 떠오르는 장면은, 모두가 고대하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축배를 받던 그 저녁이다. 그 환희가 사라지고, 곧이어 찾아온 고요함이 모든 것을 덮었다. 동료들은 환호를 보냈다. 책임자는 최고의 수확을 거두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날 밤 귀가하여 현관문을 닫았을 때, 격렬했던 환희의 파편이 순식간에 소멸하는 감각을 맛보았다.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영혼이 바람이 빠지며 쪼그라드는 인상이었다. 분명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완수가 나에게 영구적인 평안함이나 충만감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되려 다음 정상을 향해 돌진해야 한다는 불안한 재촉만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인식했다. 세상이 나에게 붙여준 명칭일 뿐, 내면의 진짜 실체는 그 화려한 광채 아래서도 여전히 허기진 상태였던 것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요히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성공 뒤에 찾아온 환희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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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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