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은, 마음이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약속이다

- 마음이 움직일 때, 길이 열린다 -

by 정성균

확신이 희미해지는 정적


무언가를 선택할 때, 주변의 시간이 잠시 멎은 듯한 느낌이 찾아온다. 이때 소음은 멀어지고, 가슴에서는 작은 질문이 피어오른다. ‘현재가 적기일까.’ 물음과 함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 될까’ 하는 고민이 스쳐 지나간다. 인간은 흔히 모든 채비가 끝나야 행동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 경험은 선입견과 조금 다르다. 발걸음을 내딛는 작은 실행 속에서 오히려 진로는 서서히 분명해지는 상황이 잦다.


오래 망설일수록 생각은 굳기 마련. 한 번 굳은 마음, 절대 쉽게 바뀌지 않는다.흐름은 언제나 계속된다.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세상은 자기 속도대로 흘러간다. 신중한 척 미루는 행위는 결국 공포로 이어지기 쉽다. 초조함은 기력을 쓰게 만든다. 소모된 기력은 본래 미래를 위해 비축해야 할 자원이다. 하지만 망설임 속에서 앞서 고갈되는 것이다. 망설이는 기간에는 심정의 소모뿐 아니라 현실적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 예정된 일정, 협력의 서약, 마감 같은 요소들이 조금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는 마치 무중력과 같다. 확실한 나아갈 길 없이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제자리 맴돎 사이에 미실행의 비용이 조용히 축적되는 것이다. 자리에 있어도 우리는 이미 값을 지불하고 있다. 결국 진짜 결단은 거대한 일 앞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평범한 때, 아주 작은 동작 속에서 개시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익숙했던 장소를 떠나는 작은 순간이 영혼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첫 맹세이다. ‘이제 정해진 노선을 걷겠다.’ 첫 맹세가 내부에서 맺어지는 찰나, 고요가 흔들리고, 움직임의 역사가 시작된다.


직감이 판단을 앞설 때


대처해야 할 국면은 우리를 미묘한 고비에 놓는다. 이성과 직감이 상반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주도하는 역량은 복잡한 논리가 만든 세밀한 계획이 아니다. 오히려 몸이 보내는 특별한 감정에 더 근접할 때가 잦다. 수많은 산출 후에 내린 철저한 대응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시점이 도래한다. 논거로는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선택지일 뿐이다. 선택된 방침이 삶의 궤도를 예상치 못한 진로로 틀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고는 언제나 안전한 구역을 가리킨다. 분석적 판단은 손해를 방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신 감정의 징후는 다르다. 간혹 규칙적 지도를 벗어나 위험해 보이는 곳을 가리키기도 한다. 감정과 사고의 차이가 확대될수록 우리는 내적인 피로를 더 심하게 겪는다. 내적 피로로 인해 실행력의 저하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는 확실성이 전무하다. 모든 가능성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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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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