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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얽히게 하는 생각의 습관

- 매듭을 만드는 마음의 회로, 푸는 법까지 -

by 정성균


시작하는 이야기 - 마음속 매듭을 확인하는 시간


길을 걷다 발이 꼬여 크게 휘청거리는 순간, 몸이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는 그 아찔함이 순간적인 정지 화면처럼 뇌리에 박힌다. 우리의 삶은 그 순간처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복잡하게 꼬이고 뒤엉킬 때가 많다. 특히 갑작스러운 대출 이율 상승으로 가계 재정에 비상이 걸리거나, 믿었던 거래처의 계약 파기로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때처럼 현실적인 무게가 짓누르는 순간들이 생을 지배한다. 해결해야 할 실타래가 눈앞에서 혼란스럽게 엉켜버린 듯,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놓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 삶의 리듬이 깨진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대다수의 사람은 주변 환경을 먼저 살핀다. 사회 구조의 불합리함이나 다른 이의 무책임한 행동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확신하는 경향이 크다. 외부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를 이토록 꼬이게 만드는 핵심적인 힘은 다른 곳에 있다. 그 꼬임은 바로 우리가 가진 '생각의 흐름을 지배하는 양식', 곧 존재의 관성 (Inertia)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오랜 습관처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는 것처럼, 생이 곤경에 처했을 때 시선을 자꾸 바깥으로만 돌리는 모습은 이와 매우 흡사하다. 우리는 문제의 이유를 항상 외부에서 찾으려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편안함이 잠시나마 '나는 괜찮다'는 심리적 방패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꼬인 양상은 내면의 작은 관념 하나가 습관처럼 반복되면서 굳어진 결과였으니, 가느다란 한 올이 겹겹이 엮여 마침내 단단한 결속이 되었을 것이다. 외부를 탓하는 행동이 주는 순간적인 심리적 보상은 크지만, 그 대가로 우리의 영혼은 경직된 석고상처럼 굳어져 유기적인 변화를 스스로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뒤엉킨 현실을 다시 정리하려면 외부를 향한 탓을 멈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음 깊은 자리에 어떤 내적 묶임이 생겨났는지 조용히 살펴보는 과정이 절실하다. 이 과정이 사고 체계에 숨겨진 구조를 깨닫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묶는 고리는 사고의 방향이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심경에 떠오르는 가장 최근의 걸림돌은 어떤 형태였을까?


남을 탓하며 - 자신을 묶어두는 생각


차갑게 빛나는 회의실 테이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보고서의 오류가 드러난다. 예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거나 계획이 틀어졌을 때, 우리는 제일 먼저 남에게 원인을 돌리거나 운을 탓하며 상황을 덮어버리는 습관을 보였다. "자료를 늦게 준 김 대리 때문이었어", "나는 내 할 일을 완수했으니 책임은 그에게 있다"며 다른 사람의 태도가 부당하다고 쉽게 단정한다. 가족 다툼 속에서도 다른 이의 잘못된 언행만을 정교하게 골라내기 일쑤다. 책임을 밖에 두면, 마음은 잠시 가벼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안락함의 이면에는 성장의 기회를 잃는 치명적인 손해가 숨겨져 있었다. 인간은 실수를 경험하며 교훈을 얻어내는 존재이다. 남을 비난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의 배움은 멈춘다. 다른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것과 같다. 마음이 닫힌 사람은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남을 탓하며 시간을 보내는 만큼, 우리는 제자리 원을 그리듯 같은 지점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 이 방어 기제가 사고를 굳은 매질처럼 굳게 만들어 유기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그 습관화된 회로가 우리를 같은 자리에 묶어 둔다.


오늘 벌어진 일에서 내 몫을 한 줄로 적는다.


아무리 채워도 - 계속 허기지는 바람


새벽까지 이어진 온라인 장바구니 결제 후, 현관 앞에 쌓인 상자에서 뜯지 않은 새 물건의 낯선 냄새가 난다. 텅 빈 방에 홀로 앉아도, 마음속 갈증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사람이 무언가를 열렬히 바라는 마음은 '지금 가진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부족한 감정 위에서 증폭되어 자라나는 것 같다. 더 많은 재산, 더 높은 위치, 더 넓은 공간을 향한 쉼 없는 질주는 결국 채워지지 않는 근본적인 걱정만 키우는 행위일 것이다. 아무리 높은 성과를 얻어낸 후에도 가슴 한편에 텅 빈 공허함이 남아 허전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욕망은 늘 충족보다 한 박자 빠르다.


이러한 공허함이 외부 환경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가치 체계를 믿지 못하는 불안한 상태, 곧 자기 확신의 부재에서 솟아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바깥의 소유물로 불안감을 덮으려는 모든 시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실패로 귀결된다. 이는 결핍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가속화된 욕망의 쳇바퀴일 뿐이다.


이제 초점을 외부가 아닌 스스로의 경험과 과정에서 생의 가치를 찾는 내부의 준거점으로 되돌리는 순간, 꼬임이 느슨해지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소유의 착각에서 벗어날 때, 우리의 정신은 비로소 맑은 흐름을 되찾는 것이다.


소유가 아닌 과정에서 오늘의 만족 한 가지를 기록한다.


체면에 기대어 - 관계에 흠집을 만드는 자세


조용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이 찻잔 앞에 앉아 있다. 사소한 오해로 갈라섰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사과할 타이밍은 몇 번이고 지나갔고, 굳어진 표정 사이로 침묵만이 흐르는 정지된 시간이다. 우리는 때때로 '체면'을 반드시 지켜야 할 품격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 체면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이 되는 순간이 적지 않다. 사소한 체면 싸움 때문에 허심탄회한 대화가 단절되고, 용서를 구하거나 도움을 청할 기회가 영원히 닫혀버리는 장면들을 자주 목격한다. 사과 한 마디면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데도, 그저 씁쓸한 거리감 속에서 방치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겉치레는 진정한 버팀목이 될 수 없다. 진심을 건넬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한 믿음이 뿌리내린 사람은 굳이 겉으로 위신을 세우려 노력하지 않는다. 체면은 사실 타인의 시선으로 짠 갑옷일 뿐이니, 그 갑옷의 무게 때문에 관계의 다리를 놓지 못하는 정신적 경화 상태에 놓이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위신을 높여 남에게 인정받는 순간보다, 먼저 허리를 숙이고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겸손한 용기가 두 사람 사이의 연결을 훨씬 빠르게 복구시키는 힘을 가진다. 잠깐의 어색함이나 부끄러움을 참고 진심을 전달하는 순간, 막혔던 관계는 다시 활짝 열릴 것이다. 이 경직된 사고의 회로가 관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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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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