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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무료

기록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하루

쓰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by 정성균

표지 안쪽 문장

"무엇을 써야 할지 일러주기보다,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어느 하루의 진심을 문장 사이에 심어 두었다."


서문: 당신은 오늘을 남겼는가


당신은 오늘을 그냥 흘려보냈는가, 아니면 남겼는가.


이 질문 앞에서 잠시라도 머뭇거렸다면, 이미 기록이 필요한 상태다.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때보다 모든 것이 어긋난 뒤에 펜을 찾는다. 관계가 틀어지고, 자신을 믿기 어려워질 즈음 비로소 글이 떠오른다. 나는 오랫동안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아왔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말로 풀리지 않던 감정이 문장으로 옮겨지는 순간, 시선이 안쪽으로 향한다. 머릿속에만 남아 있던 기분은 글자가 되어 바깥으로 나오고, 그때부터 생각의 방향도 조금씩 바뀐다.


하루 동안 쌓인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설명하지 못한 채 남겨 둔 감정은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그런 날이면 종이에 한 줄을 남긴다.


“무섭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이 문장은 위로를 기대한 흔적이 아니다. 지금의 상태를 스스로에게 알리는 표시처럼 남는다. 이런 문장들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어떤 말을 남겨 왔는지, 그 흐름을 조용히 따라가 보려 한다.



기억은 흩어지고, 이야기는 남는다


삶은 한 줄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패와 선택, 우연과 후회가 제각각 흩어져 있다. 어떤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마음을 찌르고, 어떤 장면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조차 흐릿하다.


그 사이에서 이런 물음이 고개를 든다.


“이 일들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일자리를 잃었던 어느 날, 도서관 구석에 앉아 책장을 넘기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손에 남은 건 종이컵 하나와 접힌 전단지 몇 장뿐이었다. 그날 밤, 버리려던 전단지 뒷면에 문장을 적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 하루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상황보다 문장이 먼저 떠오른다. 사건은 흐려져도 기록은 남는다.


오늘 밤 실천

오늘 하루 중 가장 불편했던 순간 하나를 이유 없이 적어 본다.



불편함을 적기 시작하면, 생각은 달라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특정한 장면이 출발점이 된다. 회의실에서 들은 한 문장이 그랬다. 아무 의미 없어 보였지만 마음은 즉각 반응했다.


집에 돌아와 그 문장을 옮겼다. 그리고 질문을 덧붙였다.


‘왜 이 말이 나를 흔드는가.’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며칠 동안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흘려보냈던 말들이 또렷해졌다. 기록이 관찰을 부르고, 관찰이 다시 질문을 낳는다.


오늘 밤 실천

오늘 들은 말 가운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을 적고,

그 옆에 “왜 이 말이 나에게 남았는가”라고 덧붙인다.


하루를 한 문장으로 바꾸는 연습


한동안 하루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곤 했다. 무엇을 했는지는 떠오르지만, 무엇을 느꼈는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를 한 문장으로만 남겨 보기로 했다.


“오늘은 괜히 모든 말에 날이 서 있었다.”


이 문장을 적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의 태도는 달라졌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전날의 문장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록을 남길 공책 한 권 챙길 여유가 없던 시절에는 영수증에 적었다. 그런 밤들이 많았다. 계산대에서 받은 종이를 지갑에 넣어두었다가, 밤이 되어서야 꺼내 문장을 남겼다. 구겨진 영수증은 다음 날 가방 바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어떤 날은, 적지 못한 문장을 하루 종일 떠올리다 잠든다.


오늘 밤 실천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이유는 붙이지 않는다.


문장은 사람을 조금씩 바꾼다


예전에 남겨 둔 글을 다시 읽다 보면, 그때의 내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스마트폰 메모장, 메신저 임시저장 칸, 노트 가장자리의 낙서들. 사소한 기록 속에는 그 시기의 태도와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때의 문장들은 대체로 거칠다.


조급한 기색이 남아 있고,


종종 엉뚱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다시 손을 댄다.

단어 하나를 고르고,

불필요한 표현을 덜어 낸다.


그러다 보면 생각도 함께 움직인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정말로 쓰고 있는가.


아니면 오늘도 적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고 있는가.


[다음 페이지는 비워 둔다]


이 페이지에, 당신의 오늘을 적으십시오.


오늘 밤 실천

어제 쓴 문장 하나를 골라, 단어 하나만 고쳐 본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할 문장을 지금 적는다.


맺음말: 아직 적히지 않은 문장


종이 위에 아무 말도 남아 있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어떤 날은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무엇을 써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다.

적지 않은 하루는, 결국 당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이 문장 이후, 다음 3페이지는 전부 비워 둔다]


• 1페이지: 아무 텍스트 없음

• 2페이지: 아무 텍스트 없음

• 3페이지 하단 중앙에 작은 활자


이 책을 덮기 전, 오늘을 한 문장으로 적으십시오.


하단 오른쪽 구석, 아주 작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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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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