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무사히 건너왔다는 말은 안도에 가깝지만, 우리가 통과한 그 시간이 결코 가벼웠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이 글은 매일 쓰고, 걷고, 읽으며 생의 무게를 견뎌온 한 중년의 기록입니다. 저는 두 가지 속도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브런치라는 캔버스는 저에게 깊은 호흡을 요구했습니다. 흩어진 생각을 모아 논리의 집을 짓고, 문장의 주춧돌을 놓으며 제 내면의 사유를 견고하게 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반면 스레드(Threads)라는 광장은 가벼운 발걸음과 같았습니다. 스쳐 가는 영감이 휘발되기 전에 재빨리 포착하고, 동시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감각을 나누는 창구가 되어주었지요. 브런치가 저를 깊게 만들었다면, 스레드는 저를 넓게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속도의 글쓰기는 삶을 분절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이 마침내 ‘의미’가 된 것은, 화면 너머 당신의 시선이 머물렀던 덕분입니다. 쓰는 일은 고독한 독백이었으나, 읽히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우리의 대화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읽어주셨기에 저는 이 무거웠던 해를, 가장 가볍고 안전하게 놓아줄 준비를 마쳤습니다.
십이월의 벽걸이 달력은 물리적으로 얇아졌으나, 심리적 부피는 극대화됩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종이를 응시할 때 느껴지는 압박감은 날짜가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제때 발화되지 못한 언어들이 내면에 침전물처럼 쌓여 묵직한 무게를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일 년간의 기록 노동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엉킨 실타래 같은 내면의 소란도 텍스트로 치환하면 비로소 질서가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긴 호흡의 글이 제 안의 심연을 응시하게 했다면, 짧은 호흡의 메모는 번득이는 영감을 붙잡아주었습니다. 업무는 기계적으로 마감되었고 사회적 교류는 예의라는 완충재로 봉합되었으나, 기록되지 않은 감정은 여전히 갈 곳을 잃고 떠다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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