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열풍의 이유가 뭘까?

그림출처: Pinterest

by 스칼렛

2년 전부터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책은 왜 갑자기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일까.


2000년대 대한민국 서점가의 인기 책은 자기 계발, 경제 경영, 그리고 판타지 소설이었다. 자기 계발서인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가 대표적인 자기 계발과 투자에 관한 책이었다. 특히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는 독자들에게 자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자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굴러가는지 잘 몰랐던 우리 서민에게 자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쉽게 알려 주는 책이었다. 매달 월급에 만족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자본이 뭔지, 투자가 뭔지를 하나씩 깨우쳐 준 책이다. 물론 그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두가 자본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책으로 인해 인생이 변화된 사람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2010년대는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경제 침체가 시작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사회가 불안정해졌다. 그 속에서 떠오른 화두는 ‘힐링’과 ‘위로’였다. TV 프로그램 중 ‘힐링캠프‘가 큰 인기를 얻었고, 그 당시 출판된 힐링의 대표적인 책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리고 했다] 등이다.


이렇게 사회는 그 시대의 사회 경제적 분위기에 따라 출판의 방향도 달라졌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의 출판 시장은 어땠을까?

코로나19로 이동은 멈추었지만,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가격이 폭등했다. 거기에 맞게 서점가는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 돈에 관련된 책들이 가득 찼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식했다.


이러한 투자 붐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2020년 이후로 조금씩 재조명된 ’ 니체의 말‘ 등 명언집 형태의 도서가 꾸준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쇼펜하우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등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나 소품집이 잇따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런데 ‘쇼펜하우어 열풍이 왜 갑자기 불고 있나’ 궁금했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변화시켜서 쇼펜하우어라는 18세기 철학자를 21세기에 불러냈을까?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이렇다.


세상의 본질은 절대 만족 없는 끝없는 욕망이며,
이 때문에 인간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행복은 없으며 단지 고통이 잠시 멈춘 상태만 존재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욕망을 끊고 홀로 내면을 수양하는 삶이 가장 현명하다고 말했다.



인생이 내 마음처럼 잘 안되고,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 욕망을 그만 내려놓고, 멈추라 말한다.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대해 이젠 힘들어하지 말고 ‘현명한 고독’을 택하라고 말한다.


그 말에 특히 5060 세대가 강력한 위로와 공감을 얻은 것이다. 50세가 넘어가면서 우리는 사회에서 경제적 위치가 변화하고, 회사에서 은퇴하거나 밀려나는 시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부터는 돈이나 일을 위해 억지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서서히 없어진다. 사회적 관계가 소멸되면, 자연히 인간관계도 내가 선택하게 된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유지했던 관계를 이젠 내 기준으로 정리하는 시기인 것이다. 인생의 반이 지난 이 소중한 시간에 불편함을 주는 사람을 만날 이유는 없다.


하지만, 3040세대에게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관계를 끊고 고독을 선택하여 일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관계로 비즈니스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에 관계를 끊고 고독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안될 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3040세대에게 쇼펜하우어의 말은 단지 하나의 방법일 뿐, 전적인 삶의 기준이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쇼펜하우어의 말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5060 세대가 3040세대보다 대략 170만 명 정도 작지만, 전체 연령대에서 평균 순자산은 30대보다는 2배, 40세대보다는 1억 원이 넘는 규모로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2025년 대한민국 사회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인구수가 줄어도 사회는 항상 굴러가야 하기에,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자산을 보유한 5060 세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파워를 가지면서도, 평생 인간관계에 지치고 억지로 관계를 유지해 온 5060 세대에게 쇼펜하우어의 ‘현명한 고독’은 삶의 확실한 기준이자 선택을 제시한다. 이제 더 이상 억지로 관계를 유지할 필요 없는 이들에게 그의 말씀은 앞으로의 인생의 지표를 세우는 좋은 책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 5060 세대의 커지는 영향력과 관심사가 쇼펜하우어 열풍을 만들어낸 주역이라고 생각된다. 관계에 지쳐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우리에게 18세기 독일 철학자의 말이 기준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쓸쓸한 사회상이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제가 쓴 글이 틀릴 수 있습니다. 왠지 ‘초고령화사회’ 라는 분위기가 이런 열풍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더라고 그냥 한 개인의 생각이라고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초고령화사회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조금 두려운 마음에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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