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넘어 일상이 된 독서

by 스칼렛


지적호기심에서 시작된 독서는 이제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되었다. 젊은 시절 나의 독서 성향은 ‘빨리 똑똑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두꺼운 벽돌책을 읽으면 똑똑해질까하고 벽돌책들만 사기도 했다. 책의 두께와 똑똑해지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런 단순한 욕심이 지적호기심을 오랫동안 유지해주긴 힘들다. 벽돌책은 특성상 지루한 논리가 많아 서론에서 즉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런 지루함은 독서의 매력을 잃게 하고, 점점 더 책과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취미보다는 ‘지적 허영심’이 책 읽기를 더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매년 1월 1일 나는 000권의 독서 목표를 세웠지만, 항상 1월이 지남과 동시에 목표를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 목표를 기필코 해내리라 결심하게 된 해가 있었다. 작심삼일로 매번 끝나던 나의 독서습관을 극복하게 해준 해가 있었다.


바로 2024년. 그해는 이를 꽉물고 다짐했다.

올해는 꼭 해내리라!


아들이 고3이 되었던 해, 나는 하던 일은 모두 멈추고, 아들의 식사를 챙기며 동시에 100권 완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때는 100권의 책을 읽으려면 1년 동안 얼마나 부지런해야하는지 전혀 몰랐다. 1년, 365일이라는 숫자보다 100이라는 숫자가 작으니 어렵지 않은 도전인 줄 알았다. 100권의 완독을 위해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어야하는지,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계산을 해보았다.


이런, 장난이 아니잖아.


1년에 100권을 완독하기 위해선 한 달에 8~9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한달을 4주로 계산해도 최소한 1주에 2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쉴 틈이 없잖아.


간단한 소설이라면 하루에 소화도 가능하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나 간혹 800페이지가 넘는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나 <넥서스>같은 책의 경우는 몇주가 걸리기도 한다. 딱딱한 글은 쉽게 읽히지도 않아 속도 또한 느려진다.


이렇게 2024년이 시작되었다. 1월에는 9권의 책을 읽으며 ‘으쌰으쌰’ 자신감도 생기고 시작이 좋았다. 2월 또한 9권의 책을 읽으며 ‘이 속도라면 거뜬히 해낼수 있어’ 하며 자신감이 솟구쳤다. 6월까지는 무난히 월 목표량보다 많은 책을 읽으며 목표달성에 대한 기대가 앞섰고, 책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하지만, 여름이 시작된 7월이 고비였다. 더운 여름은 사람을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게 두지 않았다. 무더위가 가장 큰 적이었고, 나의 독서완독 속도는 느려졌다. 또한 독서에 대한 흥미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시작할 무렵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목표를 되새기며 의지를 불태웠다.


‘올해만은 꼭 해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마지막 100번째 책은 2024년 12월 7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그렇게 나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 뿌듯함과 자신감이란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중년의 나이에 1년동안 한가지 목표를 향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사실이 자신감을 높여 주었다. 100권 완독 목표를 달성하면서, 나는 내면의 변화를 느꼈다. 책의 높이가 쌓일수록 나의 내면은 냉철함과 단단함, 통찰력이 생기고, 사물을 보는 시야가 뚜렷해졌다. 어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판적 사고와 객관적 시각, 공감 능력이 확장되었다. 몇 권의 책은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모른체 그 동안 살아왔던 나에게 책은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원래 나의 관심사는 경제, 역사, 미래, 자기관리, 심리, 부동산에 관한 비소설류였다. 변화하는 사회 모습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 미래 전망에 대한 책이나 자기 관리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 이런 비소설류의 ‘냉정한 실용성‘이 싫증나서 고전문학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시작으로 고전문학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특별히 더 선호하는 작가를 발견하고, 그들의 작품에 깊이 빠져들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작가를 꼽자면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밀란 쿤데라, 서머싯 몸이고, 베스트로 꼽는 책으로는 조지 오엘의 <1984>,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아래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괴테의 <파우스트> 등 이다. 이 책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이야기해 준다.


고전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이후, 나는 지금도 꾸준히 고전문학 소설을 읽고 있다. 한 번 읽고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책은 시간을 두고 다시 펼쳐보곤 한다. 이제 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의 일상이 되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책은 항상 내 곁에 있고, 카페나 여행 중에도 함께 한다. 독서량이 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는 활동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이제 독서는 나에게 ‘취미’라는 가벼운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독서는 나의 일상이 되었고,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독서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