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화사 뮤직비디오
2주 전 열린 청룡영화제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가수 화사와 배우 박정민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 무대였다. 화사의 애절한 노래 “Good Goodbye”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 아래 객석으로 내려온 화사와 그녀를 마주 보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박정민 배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숨을 멈추게 했다.
화사의 감미롭고 화려한 감성, 그리고 박정민의 무심한 듯 따뜻한 시선과 절제된 몸짓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과장되지 않는, 가식 없는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고, 이 한 장면이 대한민국을 ‘박정민 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박정민 배우는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연기력을 인정받아 온 ‘믿고 보는 배우’이다. 엄청난 미남 배우도, 천만 관객의 흥행 배우도 아니었지만, 무게감 있는 연기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 왔다.
그런 그가 왜 이 한순간에,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을까?
그의 매력은 어쩌면 화려함이 아닌 ‘가식적이지 않은 솔직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의 과거 연기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인기를 얻기 위해 자신을 꾸미거나 억지로 만들어낸 모습이 없다.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임하는 태도가 많은 이들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닌 늘 그 모습 그대로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에게 우리는 왜 이제야 열광하게 된 것일까.
화려한 가수 화사와 대비되는 박정민의 평범하고 순수한 모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노래 가사의 애절함과 배우가 그동안 쌓아온 진정성 있는 이미지가 시너지를 낸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정확하게 작용했는지 알 수 없지만, 청룡영화제의 그날,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정말 아름다웠고,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이었다.
뒤늦게 박정민 배우의 과거 이야기와 인터뷰를 찾아보며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단순히 한 배우의 매력에 빠진 것을 넘어 우리가 그동안 놓쳤던 ‘무엇’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화려함, 잘생김, 멋짐과 같은 외적인 것에만 반응하며 달려오다가 지친 것인지도 모른다. 더 좋은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항상 우리 곁에 있었고, 늘 따뜻하게 반겨주던 일상의 푸근함을 이제야 알아본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함, 순수함, 따뜻함이 깃든 눈빛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박정민 배우를 통해 느끼는 감정은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 속에 깃든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게 아닐까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바라왔던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닌, 푸근하고 행복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박정민 배우가 전해준 부드러운 여운처럼, 2025년의 겨울은 다른 해보다 더 자연스럽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