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발견한 작은 차이

by 스칼렛

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한 환경과는 다른 시스템을 접하며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도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바쁜 현대인을 위해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느꼈던 것은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의 교통 신호와 횡단보도 시스템이었다.


지난 1월 후쿠오카를 여행했을 때, 이전 여러 차례의 일본 여행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면을 마주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로 인해 혼자 드럭스토어를 찾아 약을 사러 갈 때였다.

평소에는 남편이 구글맵을 켜고, 길을 안내해 줬기 때문에 그저 따라가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호텔 근처의 드럭스토어를 찾아 걸아가면서 주변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중, 후쿠오카의 교통 신호 시스템이 정말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쿠오카사거리.png 후쿠오카 지쿠시 거리 사거리(출처:구글로드맵)


후쿠오카 지쿠시 거리를 예를 들어보면, 이렇게 사거리가 있다. 각각의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있다.

보통 직진 신호가 켜지면, 직진 신호 방향의 횡단보도도 함께 켜지는데, 여기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일본에서는 직진 신호가 유지되는 동안 횡단보도 신호도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횡단보도 신호가 짧게 꺼지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계속 건널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었다. 덕분에 보행자는 기다림 없이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또한 직진 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우회전 차량이 있을 경우, 차량은 보행자가 모두 건넌 후에 이동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보행자를 배려하는 교통 신호 시스템은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교통 신호 시스템이 제각각이고,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걸까?


대만사거리도로.jpg 대만의 사거리 횡단보도 시스템

대만에서도 인상적인 교통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대만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를 한꺼번에 켜버리는 방식을 사용하는 구역이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사거리의 모든 횡단보도 신호를 동시에 열어 보행자가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더 많은 곳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시스템이 자리 잡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타이베이 101 건물에 갔을 때, 주변 건물들이 서로 연결된 육교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건물 간 이동이 편리하도록 설계된 덕분에 보행자들은 불편함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육교 위에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처럼 작은 차이가 시스템을 만들고, 결국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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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101 근처의 건물들은 서로 육교로 연결되어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건축물은 단순히 높고 화려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수원역과 롯데몰을 연결하는 길을 걸으며 타이베이 101 금융센터가 떠올랐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추가로 건설되는 건축물들이 보행자의 동선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면, 보행자에게도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상생하는 도시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기에 건축을 허가하는 행정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싱가포르노란점자판.jpg 싱가포르의 작은 도로의 횡단보도 모습(출처:구글로드뷰)


싱가포르도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대로가 아닌 이면도로에는 횡단보도 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횡단보도의 하얀 선조차 없는 경우도 흔하다. 그럼 어떻게 건너냐?

대신 길 중간에 노란 점자판이 있는 블록을 배치해 보행자가 이를 기준으로 건너도록 하고 있다. 불필요한 신호체계를 운영하지 않아 낭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곳에 신호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신호를 설치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행자가 거의 없는 장소에 굳이 신호등을 설치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 이나 대만처럼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보다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작은 차이가 결국 우리가 더 편리한 삶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이런 사소한 변화를 통해 더욱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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