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건 뭐지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네 명의 주요 인물의 화법으로 쓰인 소설은 신선하고 새로움이었다.
사랑, 삶, 정치적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작년에 꼭 다시 한번 더 읽어야지 결심했고, 딱 1년 후에 다시 읽었다.
처음에 보지 못했던 주요 인물들의 각자의 상황속에서 각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적응 방식을 보았다.
갑작스럽게 변화된 사회 속에서 각자 자기가 선택한 방법에 따라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작가의 서사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상황과 현실의 선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나라면 이런 상황이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며칠전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중 하나인 '농담'을 읽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들이 30대나 40대의 모습이라면
농담의 주인공은 20대 대학생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보낸 사소한 '농담'이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심각한 반체제적 발언으로 해석되어 그의 삶은 송두리째 파괴된다.
이런 사소한 '농담'이 한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보내고, 군대에서는 '검정 표지'로 낙인 되어 삶이 파괴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구제되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는 소설 후반부의 코스트가의 이야기로 작가의 의도가 전달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떠한 운동 앞에서도 조소와 우롱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왜내햐면 그것은 모든 것을 부식시켜 버리는 녹이기 때문이지요.
우선 당신 자신의 태도부터 한번 살펴보세요. 루드빅. 그들은 당신을 당에서 축출하고 대학에서 쫓아내고, 정치적 위험분자인 군인들 속에 편입시켜 버리고, 그리고 광산으로 보내 이삼 년을 있게 했어요. 그리고 당신은요? 당신은 그것이 말할 수 없이 부당한 처사라는 확신에 사로잡혀서 격렬하게 분노했지요. 그 부당함에 대한 원한이 오늘날까지도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고 있어요.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왜 부당하다는 말을 하는 거죠? 그들은 당신을 검정 표지 - 공산주의의 적- 속으로 보냈어요. 그래요! 그런데 그것이 부당한 일이었나요? 오히려 당신에게 그것은 커다란 기회가 되지 않았나요? 당신은 적들 가운데에서 행동할 수 있었잖아요."(코스트카 부분)
코스트카의 이런 독백을 읽으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 생각났다. 유대인이었던 작가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나치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며, 그 속에서 어떤 사람은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어떤 것을 취하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코스트카의 이런 독백 또한 이것과 비슷한 의미로 다가왔다.
마지막에 루브빅이 복수를 시도했지만, 복수 또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복수를 통해 상대방을 파멸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그 복수가 상대방을 돕는 꼴이 되고, 복수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된다.
마지막의 루드빅의 독백은
" 그날 하루에 대한 회한이 엄습해 왔다. 그 하루가 허망해서만이 아니라 그 허망함 자체도 역시 잊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중략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 - 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로 잊혀질 것이다 - 의 상태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저 서비스와 더불어, 이 사회의 모든 잘못과 오류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나를 소진시킨, 내가 그토록 고치고 시정하고 다시 바로잡아 보려 애썼으나 소용없었던 -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이제 어떻게 돌이킬 도리가 없는 것이므로 - 그 모든 잘못과 오류들과 더불어 그렇게 잊혀질 것이었다.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루드빅 부분)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소설 속 내용처럼 이렇게 급직적인 상황이 아닐지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순간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끝까지 읽기 힘든 책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내며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밀란 쿤데라의 책을 추천하며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