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는가?

by 스칼렛

양귀자 작가의 '모순'을 읽었다.

이 책이 20대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 읽은 후 나는 모순이 불편하다.


최근 읽었던 한국소설은 대부분 괜찮았다.

노벨 문학상 작가인 한강'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지나온 우리 현대사에 숙연해졌고, '채식주의사'는 좀 충격적이었다.

손원평의 '아몬드'는 사랑과 관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그 아버지의 삶이 안타까웠다.

최진영의 '구의 증명'은 좀 파격적이었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건들로 이야기를 구성했지만, 뭔가 인간적인 서사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매개로 한 판타지소설이었지만, 신선했다.


위의 소설들을 읽으며 한국 현대소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작가들의 메시지에 공감했고, 즐겁기도 했고,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그런데 1998년에 발표된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끝까지 읽고 사실 너무 실망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이렇게 소설은 시작한다.

안진진이 나의 온 생애를 건 목표는 결혼,

2명의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결정.


그 선택을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샘플은

일란성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다.

만우절에 태어난 엄마와 이모는 만우절에 같이 결혼한다.

하지만, 둘의 삶은 극과 극을 보여준다.


술주정과 폭력을 일삼는 아빠, 조폭 흉내를 내는 동생, 그 속에서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대조적으로,

이모의 삶은 너무너무 풍요롭고 아름답다. 건축가인 이모부, 넓은 집에 풍요롭게, 아무런 고민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모, 유학을 보낸 남매를 둔 이모.


여기서 안진진의 태도는 현실적이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취한다.

엄마가 숨겨둔 돈을 몰래 가져가는 아빠가 항상 딸에게 반을 나누어주면서 하는 이야기에 연대의식을 느끼며, 아빠를 미화하는 장면, 엄마의 억척스러운 삶에 대한 공감이 아닌 뭔가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뉘앙스의 행동들.


이모가 내 엄마가 됐으면 하는 부러움을 가지면서도 사촌인 주리에 대한 '네가 무슨 세상을 알아'하는 편견 등. 제목처럼 모순이 곳곳에 숨어 있다.


데이트를 하면서 두 남자를 비교한다.

너무나 계획적이고 스케줄이 꽉 찬 나영규에 대해 답답해하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표한다.

나영규에게는 자기의 현 상황을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해결해 주려는 나영규.

하지만, 그 나영규를 답답하게 여기는 안진진


부모가 없고, 형뿐인 김장우는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이다.

김장우에게는 자신의 환경을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이모와 이모부 결혼기념일에 함께 있을 때 우연히 마주친 김장우에게 이모를 자기 엄마라고 얘기하는 안진진.

김장우에게는 솔직함이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솔직함은 사라지고 내 삶을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그게 진정한 사랑인가?


그리고 마지막 이모의 자살.

이모부의 완벽한 삶과 이모부의 계획된, 계산된 틀에서 항상 답답함을 느끼고, 심심함을 느끼는 이모의 자살이 안진진의 삶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지만,


안진진은 결론적으로 현실을 택한다.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선택한다.


이모의 삶이 부러운 안진진은 이모부, 이모의 자녀에 대해선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엄마, 아빠, 동생에 대해선 너그러운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선택은 또 나영규.

2025년의 나영규라면 과연 안진진을 선택했을까.

2025년의 이모라면 과연 정말 저렇게 인생을 허무해하며 생을 마감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내용 또한 너무 모순적이다.

작가가 마지막에 던지는 메시지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책은 작가의 변명인가?


최근 몇 년간 20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해서 '모순'을 읽게 되었다.

'모순'을 읽고 난 너무 실망했고, 짜증이 났다.

너무나 현실적인 선택을 하면서, 나는 안 그런 척, 사랑이 중요한 척.

부러우면서 부러운 상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


20대는 성인이면서도, 아직 세상의 떼를 덜 묻은 순수하고 희망적인 세대이다.

그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50년을 살아온 나는

부모의 지원이 없는 가난한 상태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지방대를 나왔고, 똑똑하지도 않았지만,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은 운 좋게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졌고, 행복하다.


결혼 후 30대가 되고 아파트에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신혼을 정말 가난하게 시작했구나를 알았지만,

난 전혀 기죽지 않았고,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살면서 신랑의 월급이 밀려 생활하기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면서, 남편을 탓하지 않았고,

내 삶이 더 비참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긍정적으로 삶을 살았고, 함께 대처하고 함께 살아갔다.


2025년 20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20대는 순수하고 희망적이다.

뭐든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나이라고.

그 결과가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물론 지치지 않고, 중간 조절을 잘해야 한다.


초년운이 나쁘다고 기죽을 것 없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며,

한걸음 한걸음 성취해 가는 삶을 선택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내 삶은 바뀐다.

계단을 오르듯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행복과 여유라는 보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이렇게 나의 이야기까지 하며 끝을 맺는다.




삶은 살아볼 만하고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