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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귀가 - 24화

경상북도 상주 모동면

by 조성현

쓸쓸한 귀가 / 상주 모동


14일 차(4월 15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수봉재~경북 상주시 모동면 13km / 누적 360km

어제 하루 휴식을 취하며 병원 처방 약도 꼬박 잘 먹었다. 아픈 다리가 좋아지기를 바랐지만, 희망 사항이었다. 숙소를 나설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한 시간쯤 걷다 쉬며 양말을 벗어보니 오른 발목부터 정강이 전체가 두툼하게 부어 있었고, 발목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약간 가라앉았던 붓기가 다시 되돌아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어 백화산 수봉재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오르는 길은 그나마 견딜 만했다. 내리막길에서는 통증이 더 심했다. 피가 다리로 쏠리며 염증 부위를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다리를 절며 걸었다. 길이 구불구불하여 급경사 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수봉재 정상에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가 갈린다. 경상북도에 들어섰다. 수봉재 정상 표지석을 기대고 앉아 쉬었다.


면 소재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나 평소와 달리 아득하였다. 다리를 끌며 수봉재를 내려갈 즈음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격려하였다. 이때까지도 중단을 결심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 상주시 모동면에 이르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100km만 남았어도 강행했을 것이다. 400km 이상 남았고 강원도 내륙 산악지대와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므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 5일째 통증을 참고 100km 넘게 걸으며 나아지기를 바란 것이 무리였던가.


도전이라면 나도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다. 주로 직장이나 내 사업체와 관련된 도전이었다. 이번에는 의미가 달랐다. 우리나라 국토종단 중 최장 코스이자 땅끝에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두 발로 걷고 싶었다. 자유로이 훨훨 날며 우리 산하 곳곳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고 싶었다.


상주시로 이동하여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내 눈길은 차창 너머 구불구불한 지방도로를 따라 달렸다.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저기 저 길 위인데…. 모든 것에 익숙한 내 집에 들어서면서도 안온한 느낌은 적었다. 며칠 지나야 돌아올 것 같다. 머지않아 다시 준비하여 400km 남은 길을 걸을 것이다. 수봉재를 넘어 내려오며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에 잠시 홀렸다.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 모교인 신일고등학교 안은섭 선배님의 전화를 받았다. 국토종단 하는 후배에게 힘을 실어 주고자 음식을 장만하여 상주로 오시는 중이었다. 내 사정을 말씀드렸다. 작년 목포~서울 국토종단 때 장성 백양사역 근처에서 만났다.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나서 선배님은 점심으로 해물 짬뽕을, 저녁으로 불고기를 준비하여 직접 조리해 주셨다. 푸짐한 식사와 격려의 말씀과 선후배 간의 따뜻한 대화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양분이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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