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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두무산촌에서 세 달 살기

눈독 들인 얼갈이 열무여 , 내게로 왔구나

by 남도시인 조수일

우리 두무산촌 입구 오른쪽엔 얼갈이배추와 열무 채마밭이다 아침마다 산책을 가면서 넘 연해 보이는 얼갈이를 보면서 나는 김치 담아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며 눈독 들이며 입맛 다시곤 했다 오늘 아침 산책을 갔다 오다가 입구에서 깜짝 놀래 주저앉을 뻔했다 그 연해 보이는 얼갈이 열무가 마구 뽑혀 밭 두룩에 팽개쳐 버려져 있는 것이다 주인이 솎아낸 것 같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버려진 얼갈이 열무를 주워 모아 가져왔다 그냥 그대로 땡볕에 시들어 버려두기엔 너무 아까웠다 한번 더 가서 또 주워 왔다 차분히 앉아 다듬었다 거의 2시간을 손질했다 김치를 담가 나눠 먹을 거라고 했더니 남편이 열무를 씻기 시작했다 뿌리 쪽에 모래가 묻어 있어 꼭지를 다시 따고 남편은 두 번이나 씻는 중이라고 했다 고마웠다 큰 그릇이 없어 장독대 항아리 뚜껑을 가져와 간했다 저녁에 김치를 담그기로 하고 찹쌀풀을 쑤고 바빠졌다 양파와 당근을 채 썰고 그래도 신이 나고 재미났다 잘 절여진 열무를 다시 씻어 물기를 빼 두었다 그 사이 건홍합과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참치액젓과 육수에 고춧가루를 풀어 난 후딱 김치를 담가 1호실부터 6호실 선생님까지 김치를 나누었다 남편은 겁 없이 일 저지르는 내게 눈총을 주었다 일 무서운 줄 모르는 여자라고 , 미안하다고 그래도 음식 해서 나눠먹는 게 즐겁고 좋아하니 어쩌겠냐고 당신이 좀 이해해다라고 부탁을 했던가 못하게 말리면 울적할 것이라고 협박을 했던가 무튼 요리가 즐거운 난 어느 유전자를 가진 것일까

그래도 살면서 먹는 기쁨이 크닌 까라며 위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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