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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Sep 24. 2022

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평생 지어온 거라 놀릴 수 없어 짓는다는 팔순의 백발 어르신

두무산촌에 입소를 하고 며칠 되지 않아 아침 마을 마실길에  농로를 걸어가는데 머리가 백발인 어르신을 뵈었다  전라도 남쪽은 그때 벼가 아직 익지 않았는데 여기 두무산촌은 벌써 다 익었네요 했더니 종자가 달라서 일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곳 벼는 조생종이라고 했다  근방 논 밭 비닐하우스도 다 어르신 소유라고 하셨다 그 연세에도 농사를 지으실 만큼 건강하셔 다행 이리고도 했던 것 같다 어르신은 심장 수술도 하셨다고 하셨다 그래도 평생을 지어온 농사니 놀릴 수 없어지는 다고 하셨다  논 밭을 놀릴 수 없다는 뜻 같았다 부지런한 근성이 몸에 밴 어쩌면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산책길에 몇 번 더 마주쳐 인사를 드리곤 했다 지난주엔  농로를 걷는데 비닐하우스에서 누군가 우릴 부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그 어르신이 우릴 손짓하며 부르고 계셨다 하우스엔 파란 열무들이 빼곡히 심어 있었다 대뜽  한 움큼의 열무 얼갈이를 우리에게 쥐어 주셨다 해 먹으라며,  우린 꾸벅 감사하다며 열무를 받아 들고 와 또 자랑을 하며 맛있게 열무 나물을 해 먹었었다 그 전에도 6호실 선생님이 열무를 한 움큼 갖고 오셨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주셨다고 했다 아마 기다리시다가 주신 것 같다고 하셨다 감사한 인정이고 인심이었다 마음이 마음에게로 흐르는 따스한 숨결 같은,  우리도 세 달 살기가 끝날 즈음 감사의 선물을 꼭 해드리자며 총무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감동은 이리 작은 마음에서 기인한 정인가 보다고 생각된 요즘이다  순박하고 정스런 산촌  양구에 눌러앉아 살까 봐 은근 걱정되는 가을밤이다 나만 그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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