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부부
남편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마음은 간절하게 사모하지만, 남편의 작은 질책조차 두렵다.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내겐 힘이 없다.
나는 공허하고 무기력하다.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억지로 출근하여 바쁜 일상을 보낸다.
기쁨으로 살지 못하는 삶이 슬프지는 않지만, 늘 갈급하다.
남편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두려워서 다가서지 못하고 회피만 하고 있다.
거절당하는 것이 겁난다.
친밀해야 할 남편에게도 가면을 쓴다.
집을 나와서도,
직장과 교회는 물론 어느 자리에 있든지 신경이 쓰인다.
그의 존재감은 나의 생각을 지배한다.
큰딸 아이가 요즘 수시원서를 쓰고 있고, 고민이다
딸을 방관자처럼 보고만 있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10월 5일 경주대학교 면접을 앞두고, 남편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 생각은 면접을 보러 갔으면 좋겠는데,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적인 것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그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걸까.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더 기다려 볼까.
이 정도면 결정 장애가 중증이다.
오늘도 생각을 깊이 하는 대신 잠을 택하고 싶고, 남편과 대면하는 것이 힘들어 원망만 한다.
세탁기의 빨래는 다 되었는데, 널기조차 귀찮다.
'빨래를 돌린 사람이, 왜 빨리 널지 않는 거야.'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맡아해야 하는데, 세탁기를 돌리기만 하고 딴청만 하는 그가 원망스럽다.
‘조금 있으면 큰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지.’
‘ㅇㅇ야 빨래 널어라.’
‘항상 그런 식이니까.’
나에 대한 못마땅함을 딸아이에게 전가시켜 큰소리로 야단치는 것같이 느껴진다.
나도 안다.
집안일을 미루는 게으름이 어떤 결말을 가져 오는지를.
사람은 참으로 영특하지만, 이기적이다.
“왜 우리는 그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오호라 글만 쓰지 말고, 굴레를 벗고, 내가 먼저 빨래를 널자.
그것이 나의 사명이다.’
201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