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할머니의 방

by 김귀자

아이를 낳은 지 두 달만에

그녀는 다시 출근했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밤잠도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복직은 미룰 수 없었다.

그 시절, 긴 육아휴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별휴가를 마치면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이의 자리는
여전히 할머니 방이었다.

아이는 할머니 곁에서 자고,
부부는 사랑방에서 지냈다.
결혼을 했지만, 삶의 중심은 다시 친정집이 되었다.

아침 여덟 시가 가까워지면
집 안의 공기가 조용히 바뀌었다.

남편은 먼저 마당에 나가

차 시동을 걸어 두었다.
출근 준비는 늘 말없이 이루어졌다.

그녀는 늘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긴 뒤
조용히 할머니 방으로 갔다.

문을 살짝 열면
아이의 숨소리가 먼저 들렸다.

가끔은 깨어 있었고,
가끔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백일이 지나면서

아이의 눈은 또렷해졌고,
엄마의 기척을 알아보는 날도 생겼다.

그럴 때면 아이의 눈이 먼저 그녀를 따라왔다.

그리고 이내 울었다.

안아 달라는 울음이었는지,
알아본다는 울음이었는지
그녀는 끝내 구분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래 안지 않았다.
보고만 있었다.

안아주는 일이 어쩐지 아직은 어색했다.

대신 늘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등이었다.


엄마는 아이를 업은 채
천천히 방과 부엌을 오갔다.
본인의 몸도 지탱하기 힘든 나이였지만,
아이를 먼저 업었다.

아이가 울면 그녀가 앉아 있어도
엄마가 먼저 다가갔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슬픔이라기보다,
미안함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출근 시간은 늘 같은 말로 시작되었다.

“걱정 말고 다녀와라.”

배웅은 문 안에서 끝났다.
그 한마디가 등을 조용히 밀어내는 말처럼 느껴졌다.

차에 올라타면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출발했다.

친정에서 읍내 읍사무소까지는
차로 삼십 분 남짓 걸렸다.

업무는 변동이 많은 전출입 민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람의 삶이 서류 위에서 이동했다.

누군가는 주소를 옮기고,
누군가는 가족을 추가했다.

그녀는 서류를 처리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시간을 계산했다.

지금쯤 아이가 깼을까.


밤이 되면 아이 곁에 잠깐 누웠다.
한번 깨어 분유를 먹을 때까지 함께 있는 날도 많았다.

잠은 늘 부족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다시 일어났다.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면서기로.


돌아보면 그 시절의 육아는
그녀 혼자의 몫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방에서 시작된 육아였고,
엄마의 등에서 이어진 시간이었다.

그녀는 직장에서
정부의 얼굴로 앉아 있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의 삶을 대신 안고 있었다.

아이의 시간은 할머니의 등 위에서 자라고 있었고,
그녀의 시간은
창구 앞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서툰 엄마였고,
여전히 배우는 면서기였다.

두 삶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조용히 버텼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같은 다짐을 되뇌었다.

묵묵히 일하고,
정도를 지키고,
낙오자가 되지 말 것.

아이도 자라고 있었고,
그녀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아주 조용한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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