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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베

쿠오바디스 도미네

by 김귀자

오늘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고대 로마제국 당시 박해 받던 기독교인들의 지하무덤인

"카타콤베”에 갔다.


그들이 박해를 피해 간 곳은 어두컴컴한 땅속이었다.

거기에서 그들은 개인 기도실을 만들고, 검소한 주거공간을 만들었다.

정말로 마음 아픈 것은 한 평 남짓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찾기 위해 기도하다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곳에서 살다가, 그곳에 매장되었을 현실이 슬프다.

함께 살았던 자, 또한 사랑하는 형제의 주검을 보는 슬픔과, 육신 썩는 냄새,

로마 병정을 피해 숨어 사는 공포와도 싸웠으리라.


굴러다니는 도자기 그릇이 그네들의 고단한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

이 지하 동굴 어딘 선가 그들의 너무나 간절한 기도가 들리는 듯하였다.

"쿠오바디스 도미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를 건국하느라 많은 동물과, 노예가 죽어갔다.

그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로마가 이루어 졌다.

분명 그들의 화려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희생이 따른다는 걸 보고 느꼈다.

그들의 향락 뒤에는 남모르게 울어야 했던 히브리 여인의 눈물이 있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이 남겨준 돌멩이 하나에도, 조각 하나에도,

그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존 관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과,

국민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산다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곳은 보이는 건물이 역사요, 이들의 삶이었다.


20070423, 카타콤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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