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김작가

by 김귀자

그녀는
지쳐 있었다.

직장에서의 하루는
버티는 시간이 되었고,

팀장의 자리조차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느껴졌다.

삼십삼 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희미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철밥통 아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자기개발휴직”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녀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했다.

글쓰기.

어릴 적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한 번 해보자.”

그녀는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꺼냈다.

「철밥통 아내」

그 글을 브런치 작가 신청에 넣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2월 18일.

“브런치 작가 당선을 축하합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느낌.

밤마다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때 처음 알았다.

“집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녀는 생각했다.

다시 이름을 얻었다고.

공무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 참 괜찮다.”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하루의 끝에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고르는 시간이
이제는 기다려졌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그녀를 보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말을 던질 때가 있었다.

웃으며 넘겼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상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의 말이 조금씩 달라졌다.

“김작가.”

처음 들었을 때
그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볍게 부른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름 하나가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녀는
그날 밤에도
조용히 글을 썼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이제 나는…

작게 웃으며
다시 한 줄을 적었다.

그녀는
이제, 김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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