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 칠판을 채워나가고 있는 희끄무레한 너의 판서가 좋았다. 아무 형식도 없는 도형들을 그려가니 이유 없는 웃음이 났다.
내 웃음소리가 들렸는지 뒤를 돌아본 네 얼굴은 약간은 뚱한 표정으로 흘끗 눈을 흘기고 다시 분필을 잡았다. 벌써 손은 하얀 탄산칼슘으로 가득했다.
탁, 탁 정겹게 들려오는 판서 소리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만큼 아득한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해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잠들기 전까진 중천에 떠있던 해가 사라져 버렸다. 너도 함께 사라져 있었지. 칠판은 네가 그린 하얀 도형들을 머금고 하얗게 변해있었고 중간엔 초록빛 하트가 그려져 있었어.
마치 추억 속에 한 장면처럼,
벗어나지 못한 그때의 기억처럼 여전히, 오직, 언제나 널 바라보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