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이고 종말이었다

by 석현준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는 영원속에 당신이 얼핏 숨어버렸습니다.

내 맘을 알기는 하는지 연기처럼, 바람처럼, 언제나 있었지만 없었던 것들처럼 홀연 듯 사라졌습니다.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사랑할수록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은 지금입니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어떤 날에 작은 풀꽃을 좋아했습니다. 풀꽃이 생기를 잃었습니다. 뭉게구름을 좋아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공중분해되는 관경을 내 두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름이 자신의 색을 잃어갔고 어쩔 수 없이 나의 애정을 접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나를 그대로 보아준 당신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낮의 꿈처럼 당신은 사라지다 못해 잊혔습니다. 이젠 모두가 당신을 모릅니다.

별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시작으로 안부를 전해봅니다.
그저 당신이 만난 나는 멸망이었고 종말이었다는 사실만 알려봅니다. 심심하고 끔찍한 영생을 산다는 내 마음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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