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겨울

by 석현준

"겨울은 차가워야만 할까"

넌 추위가 싫은지 라디에이터 옆에 바짝 붙어서 이야기했지

처음 해본 생각이었다. 그냥 사계절이 지나가도 흐르는 데로 살아왔는데 새로운 물음이었다.


"내 겨울은 꼭 너 같았어"


네가 한 말에 난 선 듯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꼭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했다

무뚝뚝한 말투와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고 있는 퉁명스러운 얼굴 내가 보아도 그렇게 호감형은 아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내 겉모습만 보고 크게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넌 달랐어


"너 나랑 친구 할래?"


네가 처음 날 본 그날 내게 한 말이었어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부족하지 않은 네가 말을 먼저 걸어왔지. 그래 친구 하자라고 말 못 하고 그냥 싫다고 말해버렸지. 그래도 넌 끝까지 내게 다가와 줬어

그리고 내게 말했지


"넌 겉모습으로 볼 땐 엄청 강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여리구나"

네가 해준 말들이 날 만들어가고 있었어.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내가 널 만나고 점점 살아났거든.

이젠 나도 네게만은 따뜻한 사람으로 널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나로 살아보려고.

'겨울은 차가워야만 할까' 네가 물어보았던 질문에 내 답은 아니 너만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평화롭게 그냥 이대로.

춥고 딱딱해서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지만

내가 좋아하려고 네가 해주었던 것처럼.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차가운 공기 속에 하얀 잇김을 퍼트리며. 겨울이라고 특별할 것 없이 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 호호 웃으며 보내 보자. 그리고 넌 말했지.


"내 겨울엔 너밖에 없을 것 같아"


낭만을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나라는 계절 겨울은 사실 눈부신 추억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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