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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다

by 석현준

잊었나요
결국은 잊고 싶은 건가요

모든 걸 잊은 후엔 다 괜찮아지겠죠?
나 혼자만 아프면 모두가 평안할까요?

그렇게 사는 것 같지도 않은 삶을 살다 미치도록 힘들면 콱 죽어버리고 싶으면 한 번만 내 전화를 받아주세요. 내 덕분에 웃고 떠드는 사람들은 날 잊을 테고 내 주변은 우중충한 색으로 변할 거니까 나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세요.

나도 아무리 시궁창 같은 인생이었어도 살고 싶으니 숨 쉬고 싶으니까. 내게도 힘을 주세요. 사랑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작은 연민이어도 좋으니 내게도 살아갈 용기를 힘을 주세요. 내가 힘들게 살아보려고 해도 아플 만큼 아팠지만 너무도 큰 시련이 내 앞에 수두룩이 놓여있는 것이 보이는데 어떻게 한 걸음을 내딛겠어요. 내 주위엔 모두 내게 힘들다 말하지만 이젠 귀에도 들려오지 않아요. 점점 내 신세를 내 자리를 인정하는 내 모습이 싫어요.

겨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이 내 손을 떠나고 연합되어 있던 사랑이 찢어지면서 날 밀어내고 있죠. 저기 끝도 보이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난 무엇을 위해 온 힘을 쏟았고 무언을 향해 계속 소리쳤죠. 있지도 모르는 그 사랑을 향해. 사랑을 찾아 헤매도 찾기 지지 않았고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찾다가 힘들어도 언제나 다시 생각나는 그런 것이었다.

사랑을 원했다.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미웠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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