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을까?
웃픈 청춘도 아팠던 성장통도 이제 끝나가는 그 연결점에 서있다. 지지리도 되고 싶던 나이가 되었는데 난 기쁘지 않은 걸까. 받고 싶었던 사랑도 축복도 모두 나와 함께 있었는데 난 망망대해 속에서 정체되어 있는 돛단배 같을까. 이루었던 것보다 잃었던 것이 더 많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돌아가고 싶다.
어른이 된다면 조금은 더 성숙해져야 하는 걸까? 욱하는 성질머리를 벗어던져야 하는 걸까? 내게 다가온 축복인지 저주인지도 모른 체 나는 이런 큼지막한 옷을 입어야 하는 걸까?
어쩌면 감옥 같던 학교는 안전한 울타리였고 날 기다리던 밥상들은 참으로도 어려운 것이었구나.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속 주인공 제제처럼 결국은 나도 철이 들었을까? 굳건히 서있는 나무처럼 튼튼해져야 하는 걸까?
그토록 쉬워 보이던 일들이 내게 닥쳐오니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힘든 일었구나. 쓰디쓴 커피를 매일 아침 마시던 부모님들의 머그잔 속엔 인생이 들어있었나 보다. 사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구나. 사랑도 사람도 모두 쉬운 것이 없었지.
작은 상처에도 놀라던 날들이 이젠 그립구나. 벌써 내 마음속엔 큼지막한 짐이 그것들에 눌린 자기혐오가 쌓여가고 있지. 자기 연민 속에 있던, 어떻게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날들은 차갑게도 막을 내려 나를 밀어내고 있죠. 저기 끝도 보이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때의 빛, 그 시간에서는 닿을 수 없는 것이 만져지는 짧지만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이었다.
나는 아직도 어린 날 속에 살고 있는데.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 어딘가에 떠다니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