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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조각
by
석현준
Dec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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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하나 하자
누군가 먼저 사라지지 않기로
사라지더라도 편지한 통은 써두기로
따뜻한 봄이 시작된 3월 중 어느 날 우연히 열려있는 옥상을 보곤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옥상에 올라갔어.
옥상에서 처음으로 본건 너였어. 난간에 살짝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널
보고
난
웃고 있었어.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초여름에는
옥상에서 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종종 시간을 보냈고
주변이 울긋불긋 해지자 넌 쓰지도 않던 글을 쓰고 내게 선물해 주었지.
슬픈 시 한 편이었어.
'결초보은' 나는 네가 쓴 시를 이해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시가 잊혀 갈 때쯤 차가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 겨울엔 옥상에 올라갈 수가 없었어
.
네가 사라져 버렸거든. 내겐
과분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사라질 줄이야 온몸에 힘이 쭉 빠졌지.
너와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다 네가 써준 시를 다시 보았지 시에 제목에서부터 종이 위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지. '결초보은'죽어서도 은혜를 갚는다. 울면서 너의 시를 다시 읽고 또 읽었어.
푸른 초원 위에서 친구를 잊지 못하고 슬퍼하는
서툴고 어설픈 글귀였어. 하지만 내게는 어느 글보다 잊을 수 없는 글이었지.
그리고
생각난 곳은 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날 만나준 그곳.
난 옥상으로 뛰어갔지 하지만 옥상문은 굳게 잠겨있고 문 밑에 작은 편지봉투와 꽃 한 다발이 떨어져 있었고
편지 봉투엔 내 이름과 함께 옥상 열쇠가 같이 들어있었지. 아무 온기도 없이 차갑게 얼어버린 열쇠를 쥐니 서늘한 기운이 피부를 타고 들어왔지.
그 서늘한 한기가 가슴까지 들어왔어.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널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지.
이젠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어 너와의 추억 때문에 내가 아플 것 같아서.
쉽게 운명처럼 만나 운명과 함께 사라져 버린 너.
"좋아해" 네가 사라진 후에 하는 한탄과 후회의 말이야.
만약 마지막에 만났을 때 내가 네게 말했더라면 널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제 알 수
있었어 네가 쓴 시 속에 화자는 너였던 거야.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서롤 잊을 수 없던 거지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널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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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단편소설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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