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름을 살아줘
너의 모든 근심을 잊게 할 나의 여름 속에 살아있어줘
이제야 내미는 나의 미련한 진심이야. 그래도 들어주겠니? 미지에 세계로 떠나버린 나의 사랑아.
미안했어.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 이것 알지. 조금만 천천히 지그시 보았다면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허둥지둥 달려간 그날을 넌 후회하고 있겠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순식간이었잖아. 벽에서는 거미줄처럼 금이 갔고 점점 벌어지는 틈 사이에서 희끄무레한 연기가 흘러나왔지. 모두가 바깥으로 달려 나오는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멀뚱거리며 쳐다보기만 했지. 그때 달려갈걸. 분명 무너질 것을 알아도 네게 다가갈걸.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었어도 네게 걸어볼걸. 매번, 매 순간이 후회 같아서 네가 살아있던 나의 여름이 그리워서 과거 속에만 묻혀있어. 좋았던 추억 들만 영화처럼 바라보고 있어. 끝은 꼭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며.
보고 싶을 거야. 아니, 보고 싶어. 매일을 너만 따라다닌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러는 거야.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보며 해맑게 웃고만 있는 너보다도 미칠 듯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는 어떤 사람의 마음을 알아서 괴로워하는 거야. 온몸으로 다가가려고 해도 모두가 뜯어말리는 안타까운 상황에 목이 터져라 부르는 이름이 살아있길 바라는 헛된 희망을 품은 사람의 마음이 보이기에 말하는 거야.
하이얀 국화 다발들 속에 그리운 것만 남아있어. 우리의 시간, 그때의 온도, 웃음소리... 그리고 너. 그리고 넌 그립고도 아름다운 시간 속에 남아 세상을 떠돌아다니겠지. 네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던 세계 일주도 드디어 이루어질 거야. 한 줌의 재로 남아 아주 먼 곳으로 떠나길 바라며 이젠 너를 놓아줄게.
잘 가길 바라요.
나의 재생목록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너를 기억할게.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너를 알아볼 테니까 날 기다려줘.
그땐 나랑도 함께 온 세상을 돌아보자. 어때? 생각만 해도 신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