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계절

by 석현준

지구를 얻었습니다
작고도 어렸던 내게 세계가 다가왔습니다



여름이 되었습니다. 살이 아리던 추운 겨울로 시작된 아이의 시간 속에도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옅게 물들이던 햇살은 하루 종일 타올랐고 주위의 모든 것들은 기를 쓰며 초록으로 변해갔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마음까지도 바뀌어 가고 있은 것 같습니다.

누군지 모를 누군가가 쉽게 내어준 아름다운 계절은 아이에겐 벅찰 정도로 크나큰 선물이었고 점점 시들어가던 어린 영혼에겐 겨우 다시 살아날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리던 목소리는 그저 꿈이라고 생각한 아이는 뛸 뜻이 기뻐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주체도 못 할 만큼, 하늘을 날것처럼 방방 뛰었습니다.

이때까지 행운 같은 건 믿지 않았던 두터운 영혼의 장벽은 산산이 무너졌고 그제야 겨우 빛을 보는 하얀 영혼이 웃어 보였습니다. 힘이 없어 옅고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의 미소였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모든 것을 다 이루고 행복이 떠나는 사람의 미소 같았습니다.

작고 작기만 하던 그 아이는 크면서 자신만의 색을 찾았습니다. 매일 밤마다 신에게 갈구했지요.

"내게 다시 살아나게 한 것처럼 한 번 더 행운을 주세요."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던 어둡고 의심에 가득 차 있던 눈초리는 사리지고 그곳엔 생기와 이유 모를 따스함이 차올라있습니다. 세상의 누구도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도 품을 내어주지 않던 상처투성이의 영혼이 이젠 다른 누군가를 구하고 있습니다.

여리던 아이는 장성해 큰 어른이 되었습니다.
모든 과거를 잊은 듯이 활짝 웃는 그 애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자신에 얼굴에 뭐라도 묻은 줄 알고 있는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던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측은함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오늘도 기도합니다.

"신이시여, 모든 것을 알게 하소서. 꿈조차도 모든 것을. 그리고 하나만 더 기억하게 하소서. 그 애를 더욱 알게 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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