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이면 아파트 마을 단지를 지나서, 어린이 놀이터 옆 골목에
장이 서는 날이다. 요즘처럼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곳곳에 눈길이 얼어 있어서 밖에 나가는 일도 조심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늘은 바퀴 달린 손 수레를 끌고,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길을 걸어본다.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걷는 길에 입춘이 지나서 그런지 알싸한 차거 움 속에서도, 어느새 공기만큼은 상큼하다.
춥다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는 것이 싫어서, 꼭꼭 싸매고 나와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장날이라 이곳저곳 구경 할 만한 곳이 제법 많았다.
사람 사는 살맛을 느끼며 밖에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삶아 놓았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사고 싶어 그 자리에 서서 머뭇거렸다. 족발과 함께 팔고 있는 이 가게는, 우리가 가끔 족발이 맛있다고 사 먹곤 했었는데 오늘은 쳐다보기가 싫었다. 지난달 독감 때문에 입맛을 잃어서인지, 남편이 사가지고 왔던 족발이 입에 대기도 싫었던 기억 때문인가 보다.
진열대안에 먹음직스러운 마늘 치킨이 보였다. 홍어회 무침, 즉석 김구이, 즉 석 순대볶음 가게를 지나고 있는데, 과일가게에서는 큼직하고 고운 색깔로 탐스러운 딸기가 나를 유혹하여 발길을 멈추었다. 이 추운 날씨에 어쩜 이렇게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나오다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소담스러운 바구니에 가득 담겨져 있는 주먹만 한 홍시감도, 얼듯 말 듯 하여 더욱 입맛을 돋우며 자극을 한다.
빨갛게 익은 큼직한 사과와, 햇감자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희고 고운 색깔이 눈에 띄어 한 봉지씩 샀다. 사실은 제일 먼저 사고 싶었지만 망설였는데,
값이 비쌀 것 같은 딸기가 생각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몸이 많이 아플 때는 비싸건 말건 사 먹었지만, 이젠 좀 건강이 좋아지다 보니 정신이 들었나 보다. 건너편 생선가게에서는 생물낙지와 주꾸미, 온갖 싱싱한 생선들이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4계절 내내 남녀노소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바로 옥수수 가루로 만든 다는 즉석 꽈 베기 집이었다. 찹쌀 도넛, 감자 크로켓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으나 단연 꽈 베기가 제일 인기가 좋았다.
따끈따끈한 꽈 베기에 설탕을 묻혀서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건강을 생각해서 설탕 없이 그 것도 참고 참다가, 아주 가끔 사다 먹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다지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생선가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갈치, 고등어, 동태를 샀다.
사람이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장을 보러 나와 보니, 신선한 물건을 골고루 살 수 있기에 풍요롭고 정겨운 장날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감사하다. 물론 마트도 늘 편리하게 이용하는 곳이지만, 싱싱한 생선만큼은 구입하기가 어려운데, 오늘은 장에서 구입한 동태와 무를 넣고 따끈하고 얼큰한 동태찌개를 맛있게 해 보자! 차가운 겨울의 별미로,,,,,
지난달 내내 독감으로 고생한 우리 부부는 다시 건강이 회복되어서 이렇게 활동하며 장을 보고, 우리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는 은혜에 하루하루를 감사와 소중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한걸음 한 걸음 내 발자국을 남기는 하얀 눈길의 뒤를 돌아보며 희망으로 걷는 이 길에서 생각해 본다. 행복은 별것이 아니고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가장 큰 행복인 것이다. 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