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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82. 식당은 해보셨고요?

by 판도


전철 안,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봅니다.

남자로 보이니 임산부는 아닐 겁니다. 늙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보면 마구 욕을 합니다. 물론 마음속으로 합니다. 그렇지만 멀쩡해 보이는 사람은 멀쩡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너무 고된 일을 해서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파서 쓰러질 것만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로 그들이 그 자리에 앉는데 저는 그냥 욕만 합니다.


어느 날 저의 식당에서 포크로 테이블을 부서질 듯 내려치면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미친놈아 하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짜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제 말이 도화선이 되어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미쳐 날뛰었습니다. 아픈 사람인데 잘 알아보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살살 달래어 제대로 식사를 하도록 배려했어야 했는데 저는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아픈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나쁜 놈도 있습니다.

괜한 시비로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세 시대였다면 저는 칼을 빼들고 결투 신청을 했을 겁니다. 서부 개척시대였다면 권총을 뽑아 들고 목숨을 건 결투를 벌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때로는 나쁜 놈이 되지만, 저는 정말 나쁜 놈을 싫어합니다.






"아니 토요일도 쉬면 장사는 언제 해요?"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모처럼 토요일에 저희 가게를 찾았다가 허탕을 친 사람이었습니다. 화가 날만도 합니다. 하지만 업주도 할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식당 입구에 공지도 했고, 네이버에도 올렸습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 미안하게 만들어야 미안해하는 법입니다.


남 걱정을 하는 사람이 아닌, 항상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식당은 해보셨고요?"


이 말이 어찌 예쁘고 공손한 말이겠습니까? 상대의 무례함을 꾸짖는 말, 비꼬는 말입니다.






무엇이 되겠다 나서는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하는 일에 걸맞은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이런 노력을 하겠다 말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은 그러지 않습니다. 경쟁하는 상대를 까고 짓밟고 그 위에 서려 노력합니다. 경쟁에 나서는 순간, 똑똑했던 사람이 어리석어져 버리니 참 이상합니다. 제발 처음 똑똑했던 사람은 끝까지 똑똑했으면 좋겠습니다. 더하여 상대를 배려하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당은 해보셨고요? 하고 물을 것이 아니라, 식당을 해보면 다 압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며 철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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