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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Dec 18. 2023

식당의 탄생

13. 사람의 마음


천일홍 꽃차 위로

아스라한 봄 피어나고

천일홍 꽃차 속으로 

시리고 아린 봄이 떨어집니다.     


 2019년 3월.

식당 문을 열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기분이 나쁠 때만 사물과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습니다. 긍정의 힘이 넘쳐날 때도 그들과 말을 하였습니다. 진상 손님 때문에 힘이 들면 주방의 사물들에게 하소연하며 위로를 구했지만, 때로는 손님이 많이 와서 정신없이 바쁠 때도 잊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고마워, 너희들 덕분이야, 수고했어.”      


 그들도 태어난 이상, 자신의 본분을 다하길 원할 것입니다. 허투루 쓰이길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중히 대하기를 원할 것이고 아끼고 사랑해 주길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친구를 그들도 소중히 대하고 친구로 대해 줄 것입니다. 그들이 친구가 되어 주어 주방의 일이 더욱 즐겁고 감사한 일이 되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저는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의 첫인상을 믿는 편입니다. 그 사람의 얼굴 생김생김뿐만이 아니라 행동, 말투, 억양, 구사하는 어휘의 종류와 내용까지를 망라해 어떤 사람인가를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사람의 외모만을 보고 인상이 좋으면 착한 사람, 인상이 험악하면 나쁜 사람일 거라고 구분 짓지 않습니다. 얼굴로 드러나는 관상을 보고 상대의 ‘성격과 운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표현하는 모든 것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지요.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가지고 저와 잘 맞는 사람, 같이 일하면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외모만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짐작한 바가 들어맞는 편입니다. ‘그 사람 잘못 봤어.’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이죠. 물론 편파적일 수도 있지만, 잃는 것이 많지 않고 후회도 적습니다.   

  

 직관적으로 상대를 판단해서 좋은 점은, 제게 선택권이 있는 경우(사람됨을 다 모른 채 결정하기에 상대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가려 쓰면 되고, 제게 선택권이 없는 경우에는 미리 조심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상대에게 편견을 갖는 단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판단은 오롯이 제 책임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식당을 하면서 새삼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그 일터가 바로 지옥이 되어 버립니다. 반면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호흡이 맞으면 일이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가 있습니다.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자신의 일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정작 선후배 사원 간의 관계가 자신의 능력보다 중요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초능력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그에게 무조건 잘해주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세상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똑같이 내게 잘해주는 사람, 또 하나는 바닥을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은,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끝없이 요구하기만 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지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말입니다.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기에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내 맘 같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솔직히 내가 아닌 사람이 나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채울 수 없는 욕심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온 나날들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욕심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아낌없이 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대가를 바라는 마음만은 버리고 사람을 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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