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삐걱대며 ‘조심해’ 하고 몇 차례 신호를 보내오던 무릎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식당 일이, 특히 주방 일이 노동의 강도가 세긴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튼튼하지 못한 제 몸 탓이지요(호주에서 막노동하며 무릎에 무리가 갔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운동 부족에 체중이 계속 불어났기에 이미 예견된 참사였습니다).
결국 병원에 입원하였고, 무릎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식당 문도 열지 못하고 말입니다. 그것이 2019년 6월 6일, 개업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1.
수술이 끝났습니다.
통증을 참지 못하고 온밤을 좁은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다 결국은 하얗게 동트는 하늘을 충혈된 두 눈으로 보고야 말았습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다행히 통증이 가셨습니다.영원할 줄 알았던 극도의 고통도 시간이라는 강물 앞에는 한낱 과거의 작은 일로 치부되어 버리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를 봅니다.
2.
고통스럽던 첫날밤이 지나고 나니 슬슬 주위 참견을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작은 병실에 여섯이 누워 있는데 두 사람은 각각 발가락 하나가 아프다고, 또 다른 두 사람은 목이 아프다고. 나머지 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지만, 멀쩡히 아주 잘 걸어 다닙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은 저 하나뿐입니다.
3.
열린 병실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흙과 비의 냄새를 흩뿌리는 오후.
아픈 사람들도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도
모두가 고요 속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옆 침상의 발가락 하나 아픈 청년은
어디로 가고 늙은 여자가 보호자용 의자에서
바람에 취해 눈을 감고 있습니다.
조용히 들썩거리는 그녀의 가슴 위로
아픈 이들의 신음 소리가 섞여 떠다니는 유월의 오후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4. 병실을 떠나며
무쇠 다리가 되어
다시 질주하는 꿈을 꾼다
움켜쥔 두 손 가득했던
욕망 덩어리 내려놓으면 그만
대신 무엇을 얻으려 하지 마라
바라지 않았지만
기도하지 않았건만
가슴속에 담아 가는 작은 깨달음
신의 선물에 감사드리며
발밑 부스러기 하나 주워
병실을 나선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이건 ‘질병’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애 속에서 적어도 몇 번은 만나고 싶지 않은 그놈과 조우하니까요.
탤런트 김영옥 씨를 아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티브이 프로 ‘집’에서 내레이션을 하는 분입니다.
혹시 그분의 나이가 올해 몇인지는 아시나요?
김영옥 씨는 37년 12월 5일생으로 올해, 만 86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러 방면에서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입니다.
그분은 41년생인 저의 어머니보다도, 40년생인 저의 장모님보다도 서너 살 위 언니입니다. 그런데 두 어머님은 사회활동은커녕 잘 걷지도 못합니다. 물론 살아온 궤적은 다를 겁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하더라도 김영옥 씨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요? 최근 들어 초능력자와 함께 티브이를 보면서 김영옥 씨를 자주 화제에 올립니다. 티브이 프로그램과 CF까지 너무 많은 곳에서 마주치다 보니 화제에 오르는 빈도마저 부쩍 많아졌습니다. 저희 두 어머님과 비교하며, 감탄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런 저희 부부에게 김영옥 씨는 어느새 ‘남아있는 나날의 등대'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